$%name%$님, 혹시 웹 드라마 '짧은 대본(aka 짧대)' 아세요? 때는 2018년, 레터씨가 긴 휴학을 마치고 학교에 복학했을 때 였습니다. 동기가 없었던 레터씨는 언제나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를 따라 콘텐츠의 바다를 떠돌아다녔더랬죠.
그때 만나게 됐어요. 향후 제 최애 웹 드라마가 될, 짧대를 말이에요. 복학생은 경험하지 못했던 캠퍼스 라이프(연애라던가, 또는 연애라던가..아니면 연애라던가)를 영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줬던 짧대.. 절대 지켜.
흠흠. 하여튼요.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의 끝판왕처럼 여겨지던 드라마나 영화 제작도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유튜브 같은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카메라나 조명, 마이크, 편집 프로그램 같은 툴이 (비교적) 다루기 쉽게 발전했고, 가격대도 하향 평준화 된 이유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저예산 웹 콘텐츠 중에 공중파 방송 못지않은 메가 히트작도 나왔습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좋좋소'는 회차당 평균 조회수가 120만 회가 넘었고요. 왓챠에 입점도 하고, 심지어는 2022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칸 영화제 드라마 버전)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장난 아니죠?
그렇다 보니, 기존에는 대형 프로덕션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극(劇)의 형태를 띤 영상이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꼭 진지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숏박스나 너덜트 같은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흠흠
그래서 말인데요. 요즘 핫하다는 웹드,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 크리에이터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얼마 전에 레터씨도 유튜버 친구 한 명의 초단편 웹드 촬영을 도와주고 왔거든요(무급).
그런데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레터씨, 나 그때 찍은 거 편집해봤는데,
야. 이거 왠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너무 어색해. 왜 이런거냐?
드라마나 영화 같은 극(劇)이 있는 영상은 vlog 같은 콘텐츠와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소설이나 시나리오에 문법이 있듯이, 영상에도 문법이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왜인지 모르게 어색한 영상 때문에 고생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레터씨가 왔습니다.
자연스러운 영상을 위해
꼭 신경써야할 3가지 두둥탁
1. 기본 중의 기본, 컷(CUT)
VLOG와 먹방 같은 영상과 극(劇) 영상의 가장 큰 차이는 컷 편집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영상은 기본적으로 보는 사람을 '속여야' 합니다. 내가 영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스토리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야 하거든요. 그러자면 컷과 컷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죠.
일단은 촬영을 하고 봤는데, 어딘지 모르게 뚝! 뚝! 끊겨서 영상이 어색하게 느껴져 본 적, 많지 않나요? 그렇다면, 컷을 숨기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 그럼 컷을 숨기기 위한 3가지 꿀팁 방출합니다
· 액션(action) 중간에 끊기
컷 편집의 첫 번째 꿀팁은, 행동의 중간에서 컷을 하는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냐면요. 예를 들어, 사람이 길을 가다 넘어지다가 갑자기 백덤블링을 하는 장면이 있다고 칠게요.
컷은 어디에서 이루어져야 할까요?
2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만약 1번에서 이루어지게 된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대단히 어색하게 보일 거예요.
왜냐하면 걷고 있는 피사체는 분절 없이 대단히 자연스러운 과정일 텐데, 그 와중에 갑자기 시선의 위치나 방향이 뚝! 하며 바뀌어 버리면(컷) 잘 몰입하던 관객도 '어? 맞다. 이거 영상이었지?'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액션이 일어나는 와중에 컷을 잘라주게 되면, 행동이라는 분기점이 생긴 상태에서 컷이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비교적 스무스 하게 느껴져요.
때문에 컷이 필요한 상황인데 시나리오상 별다른 액션이 없는 상황이라면, 흔히 감독들은 의미가 없는 작은 사건을 만들기도 합니다(이를테면 갑자기 경비아저씨와 인사를 한다던가)
· 사이즈가 다른 컷끼리 붙이기
컷과 컷을 붙여야 할 때는 앵글이나 샷 사이즈가 다른 컷끼리 붙이는 게 좋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통화를 하고 있는 장면을 찍는다고 해볼게요.
첫 번째 컷보다 두 번째 컷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앵글이나 샷 사이즈가 거의 변하지 않는 컷은 한 영상의 중간에 몇 프레임이 뚝 끊긴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기 때문이죠. 보통의 경우, 똑같은 장면에서 컷을 넘길 때는 앵글과 샷 사이즈를 모두 바꾸곤 합니다.
그렇지 않고 유사한 앵글, 유사한 샷 사이즈에서 컷을 넘기게 되면 소위 영상이 '튀게' 되는데요. 연출적인 의도를 가지고 일부로 영상을 '튀게' 만드는 것을 점프컷(jump cut)이라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는, 화면의 연속성을 위해서 샷 사이즈나 앵글은 지속적으로 변경해주어야 합니다.
· 시선 고정!
아이픽스(Eye fix)라고도 부르는 대요. 사실 휴대폰이나 PC 화면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은 유튜브 환경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개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 영역을 신경써야해요.
무슨 말인가 하면, 관객들의 시선이 주로 머무르는 영역을 대략 비슷하게 유지시키는게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즉, 앵글안에서 주도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위치를 일정하게 유지 시켜주라는 법칙입니다. 적어도 한 사건이 일단락 될 때까지는 말이죠
2. 어디가 어디야? 180도 법칙
다음은 180도 법칙입니다. 180도 법칙은, 영상 안의 공간 상황에 대해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한 꿀팁입니다. 예를 들면 대화 상황에서, 그것을 찍고 있는 카메라의 위치가 한번 시작한 장소에서 180도 선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대화가 시작할 때는 분명 인물 1이 왼쪽, 인물 2가 오른쪽에 위치했는데 앵글이 180도 선을 넘어가 버리면 서로 위치가 반대가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럼 관객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읭? 하는 상황이 벌어져요.
출처 : 180도 법칙, 네이버 시사 상식 사전
3. 그 놈의 색! 때문에
마지막 꿀팁은 색과 관련된 팁입니다. 사실, 극 영상의 자연스러운 전개에 있어서 색감의 역할은 생각 외로 큽니다. 초보 크리에이터의 경우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또 놓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조치를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면 두 주인공이 5분 동안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찍는다고 해볼게요. 그렇다면 극 중에서 흐른 시간은 5분이지만, 실제로 그 장면을 촬영하는 데는 2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시간에 따라 태양의 위치도 변하고, 구름에 숨었다 가렸다 하기 때문에 색이나 빛의 상황이 제각각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완성된 영상으로 봤을 땐, 컷과 컷마다 조명이 제각각인 상황이 됩니다.
때문에 실제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조명팀은 흔히 차라리 검정색 천 같은 것으로 태양빛을 전부 막아버리고 인공조명을 설치하곤 해요.
하지만 그런 것은 말 그대로 영화팀이니까 가능한 일 입니다. 수천만원 짜리 시네마 카메라도 없고, 전문 조명장비들도, 조명팀도 없는 소규모 촬영에서 색감의 일관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그러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레터씨의 꿀팁 나갑니다. 그것은 바로바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에서 촬영하면 됩니다!! 므찌다 므찌다 레터씨!
죄송합니다. 흠흠.
그런데 농담이 아니구요.
넉넉한 예산을 가지고 제작된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음향과 색감입니다. 그만큼 색감을 일관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예요.
때문에 현실적인 여건이 안 되는 부분은 차라리 시나리오를 변경해서 커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꼭 이런걸 다 알아야지
영상을 찍을 수 있어?
당연히 그런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담고 있는 내용 이겠죠.
짧대나 좋좋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기성 드라마보다 퀄리티가 좋아서가 아니라, 대본이 가진 매력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요, 잘못 만든 영상의 외양(外樣)은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도 퇴색시키기 마련입니다.
꼭 영상 문법들을 알아야지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왕에 제작하는 소중한 내 콘텐츠라면, 제대로 된 그릇에 담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