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라디오, 들어본 적 있나요? 레터씨는 어릴 적에, 소파에 앉아서 MP3로 라디오를 듣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요. 아마,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던 것 같습니다. 흠흠.
2000년대까지만 해도 나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던 라디오는 이후 비디오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그 영향력을 잃었어요.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등장은 결정타였고요.
위기에 봉착한 라디오는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보이는 라디오' 등의 포맷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며 반전을 꾀하긴 했지만, 어찌 됐든 라디오는 콘텐츠 업계에서 마이너(minor)한 위치였답니다.
그런데 웬걸, 영원할 것 같던 유튜브 전성시대에 피로감을 느끼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다시 오디오 콘텐츠가 '대세'라고 불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지대넓얕' 같은 메가 히트작을 배출한 팟빵(팟캐스트)과 클럽하우스(주춤하는 중이지만), 스푼 라디오와 네이버 오디오 클립, 그리고 윌라나 리디의 오디오 북 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말이에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데이터 플러스]에 따르면, Z세대는 평균적으로 하루 61분씩 오디오 콘텐츠를 이용한대요.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글로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 숫자는 현재 약 1억 4000만 명에서 향후 3년간 두 배 이상(3억 명) 늘어날 전망이고요.
오디오의 부활은 세계적인 흐름 인거죠.
그래서, 오디오 콘텐츠가
대세가 된 이유가 뭐야?
첫째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디오 콘텐츠의 범람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로입니다. MZ 세대에게 유튜브는 더 이상 신선한 콘텐츠 채널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네이버나 구글 같은 정보 검색 포털의 성격이 강하죠. KT 그룹 디지털 미디어렙사(社)인 나스미디어의 '2022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에 따르면, 정보검색 시 이용하는 인터넷 채널로 1위는 네이버, 2위는 유튜브가 꼽혔습니다. 동일 회사의 전년 조사에 대비하면 네이버의 점유율은 1.4% 하락했고, 유튜브는 2.9% 상승했습니다. 즉, 유튜브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플랫폼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포털로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디오'가 콘텐츠의 포멀(formal)이 된 상태에서, 스푼 라디오 같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은 되려 '신선함'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둘째로, '멀티 태스킹'입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알쏭달쏭 모바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산성이죠. 일분일초도 소중한 현대인들의 핵심 키워드는 갓생(god生) 입니다. 때문에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거리를 산책하면서도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팟캐스트 방송이나 오디오북 같은 콘텐츠들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거죠.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의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5위 권에 있는 5개 채널 중 3개는 경제 상식과 주식 정보를 다루는 채널이고, 1개는 세계사 교양을 알려주는 채널이에요. 막간을 이용한 틈새 공부 같은 느낌이랄까요.
셋째로,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 오디오 콘텐츠는 편리합니다. 최근 동영상 콘텐츠의 생산이 아무리 편리해졌다 하더라도 촬영부터 편집의 과정에서 최소한의 공수(편집 프로그램이라던지)는 필수적이죠. 편집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도 어찌됐던 크리에이터 본인이 영상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부담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오디오의 경우 그렇지 않아요. 마이크(이 마저도 필수는 아닙니다) 한 대만 있다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녹음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생산 과정에서 존재하는 이런 종류의 간편함은,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신속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거기에 더해..
에어팟, 갤럭시 버드와 같은 무선 이어폰의 활성화와 AI 스피커, 그리고 스마트 TV의 대중적인 보급도 오디오 콘텐츠의 인기에 한몫했어요. 중앙일보와 오디오 플랫폼 '플로(FLO)'의 이새롬 브랜드&마케팅팀 리더의 인터뷰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과 심야시간대에 트래픽이 늘어나는 등, 음악과 오디오 콘텐트를 사용하는 시간이 겹친다'라고 합니다.
즉, 오디오 콘텐츠가 다양한 하드웨어를 타고 일상의 BGM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게 됐다는 거죠.
오디오, 롱런일까 반짝일까
오디오 콘텐츠의 부활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나노 사회화, 그리고 생산성에 대한 요구는 단기간에 급격하게 변할 수 있는 성격의 기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수많은 굵직한 콘텐츠 기업들의 전폭적인 투자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어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는 앞으로 3년간 오디오 콘텐츠에 2,0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고, 윌라, 리디, 밀리의 서재는 오디오 북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실시간 오디오 방송 서비스 '트위터 스페이스'를 시작했고, 애플은 팟캐스트 스타트업 'scout FM'을 인수했으며, 넷플릭스마저 애플에서 팟캐스트 콘텐츠 부문을 총괄했던 임원을 영입하며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진입할 것을 시사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물론, 오디오 콘텐츠의 앞날이 아무리 밝다고 해서 유튜브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오디오 북이 아무리 잘나가도 텍스트 북이 사라진다는 말이 아닌 것처럼요. 오히려 서로 다른 형태의 콘텐츠가 양자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NFL(미식축구리그)이 트위터 스페이스 와 마케팅 협약 을 맺은 사례처럼요.
유튜브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현재 유튜브는 프리미엄 기능 중에 하나로 백그라운드 재생(화면을 내리거나 꺼도 동영상은 재생되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즉, 비디오 콘텐츠도 오디오 콘텐츠 처럼 활용할 수가 있는 거죠.
실제로, 더 에쓰엠씨 콘텐츠 연구소는 mz세대의 모바일 미디어 소비조사를 통해 z세대는 유튜브를 '듣는다' 라고 표현했습니다. 즉, 오디오 콘텐츠가 뜬다고 해서 비디오 콘텐츠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러 가지 형식이 혼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콘텐츠 소비 형태는, 낮은 주의력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나 이미지(화면)를 보지 않고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콘텐츠는 선호 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요. 오디오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여야 멀티 태스킹으로서의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말이죠.
즉, 이미지의 퀄리티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BGM이나 Sound effect 등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들의 귀를 편안하게 잡아두는 게 더더욱 중요해질 것! 이게 바로 레터씨의 결론입니다.
ㆍ최근 하이퍼 리얼리즘 코미디 채널 너덜트와 숏박스가 완전 뜸.
ㆍ각각 110만, 159만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대기업 광고까지 진출했지
ㆍ그래서 성공 비결을 생각해봤음!
유튜브 채널 너덜트 & 숏박스
ㆍ두 채널 모두, 하이퍼 리얼리즘 웹 예능 형태의 콘텐츠로 급속 성장했어. 그런데 사실! '극사실주의'는 위 두 채널만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예능 콘텐츠계의 대세라고 할 수 있음(ex. SNL주기자, 좋좋소)
ㆍ이는 작위적이고 구성적이던 기존의 전통 코미디(개콘, 웃찾사 등)에 지친 소비자들이 참신한 포맷에 매력을 느낀 결과이기도 하고, 일상에서는 별 의미를 포착하지 못했던 소소한 '디테일'에 담긴 매력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폭발한 것이기도 해!
ㆍ그 중에서도, 너덜트와 숏박스의 콘텐츠는 자극적 요소가 없고 무해한, 즉 불필요한 감정소비가 없는 일상적 편안함 때문에 대세 of 대세가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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