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응원도구를 흔들며 몸을 들썩이고 있네요. 곧이어 미국의 인기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히트곡「SICKO MODE」의 전주가 흐르고, 콘서트의 분위기는 잔뜩 무르익습니다.
이윽고 고조되는 음악 속에서 그가 등장하는데.. 엥?
갑자기 하늘에서 섬광을 타고 무대에 도착한 스캇, 거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를 걸어 다니며 노래를 하고 춤을 춰요. 순식간에 우주를 유영하기도 하고, 심해를 탐험하기도 합니다. 관객들도 모두 불을 뿜으며 열광해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놀라셨나요? 바로 미국의 인기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의 메타버스 콘서트 이야기예요. 코로나로 인해 공연업계가 위기에 빠지자 버추얼 캐릭터 메타버스 기반 게임인 '포트나이트'와 스캇이 협업을 한거죠!
메타버스에서 콘서트를 했다고?
가상세계 콘서트라니, 조금은 낯설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공연이 펼쳐졌던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에는 1,230만명의 유저가 동시 접속 했고, 굿즈 판매 수익만 해도 220억원에 달했어요. 이때 공개됐던 스캇의 신곡은 공개 즉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죠. 기존의 오프라인 공연에 못지 않은 인기죠?
물론 스캇이 천재적인 퍼포먼스 감각을 가진건 맞지만, 콘텐츠 시장에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건 그가 최초는 아니었어요.
우리나라의 보이그룹 SF9도 지난 21년 증강현실 콘서트를 개최한 적이 있고, 인기 아이돌 스타인 블랙핑크와 ITZY는 국산 메타버스 플랫폼「제페토」에서 팬사인회를 개최한적이 있어요.
메타버스는 이미 콘텐츠 업계에서 아주 핫한 키워드인거죠!
그런데, 메타버스는 도대체 왜 콘텐츠 업계의 핫 키워드가 된거지?
음.. 물론 단 하나의 이유로 모든걸 설명할 순 없지만, 우선 가상세계라는 키워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기에 거부감이 없던 이유가 커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부터 인기게임 「심즈」와 「타이쿤」 시리즈까지, 우리들의 상상속에서 메타버스는 항상 존재해왔어요. 단지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가상세계가 점차 현실에서 구현되기 시작한거죠.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 어릴 적에는 상상의 세계를 꿈꾸곤 하잖아!
맞아요. '현실이 아닌 어떤 공간과 이야기'라는 상상력을 펼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워요. 현대에 와서 가상공간이라 하면 주로 사이버 공간을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면 영화, 문학, 신화와 연극 같은 문화들도 일종의 가상세계를 창조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메타버스라는 단어도 가공, 가상(Meta)이라는 말과 세계(Universe)라는 말이 합쳐진 단어니까, 엄밀히 말하면 최초의 메타버스는 문학이나 희곡일 수도 있겠네요.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과 유사한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까요?
'만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메시스(mimesis)가 인간 본연의 본능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미메시스가 바로 '모방'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모방'은 현실을 묘사한 시와 같은 예술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시나 연극 같은 창작행위 그 자체를 통해서 쾌감을 얻는다고 해요.
또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본인의 저작 「사피엔스」에서 '거짓말 하는 능력', 즉 가상의 세계(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사회의 근간이라고 말했어요.
물론 이는 유발 하라리 교수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실을 모방한 가상을 상상하는 행위가 인간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본능이라는 것은 사실이에요.
즉, 우리들은 아주아주 옛날부터 상상의 세계 속에서 현실을 모방하는 것을 좋아했던 존재라는 거죠
와우. 만약 가상세계가 우리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을 건드린다면, 메타버스가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진 않네!
맞아요. 실제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각종 증강,가상현실 기술들과 메타버스 플랫폼이 우리 공동체의 많은 부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요. 경희대학교의 김상균 교수님은 "10년 후에는 개인, 기업, 국가. 모든 것이 (가상현실로 인해) 바뀐다" 라고 이야기 했죠.
어쩌면 앞으로는 VR기기를 쓰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바로 눈 앞에서 보는게 일상이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몰라요. 그 때가 되면 문화 콘텐츠의 형태도, 시장의 구조도 지금과는 다르겠죠.
그러니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미리 공부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게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