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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는 콘텐츠의 비밀

  • 편집부
  • 2022-03-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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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잘' 되는 콘텐츠의 비밀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설득의 힘

오늘의 콘텐츠 세줄 요약

● 잘되는 콘텐츠의 성공비결
● 쇼펜하우어의 소통법
●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설득의 방법

EBS의 펭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김태호와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

 

모두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슈퍼 콘텐츠입니다. 언뜻 보면 서로 전혀 다른 것 같은 이들에게는 사실 중요한 공통점이 있어요. 말하자면 잘되는 콘텐츠의 비결이라고 할까요?

 

책, 광고, 유튜브와 영화-. 목적과 내용에 따라 형태도 전략도 천차만별이지만, 콘텐츠의 본질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어떤 분야이든 크리에이터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수단으로써 콘텐츠를 생산해요. 결국 콘텐츠의 핵심은 목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일종의 설득인 것이죠.

 

성공한 콘텐츠는 결국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해요. 광고라면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설득해야 하고, 유튜브라면 유입과 시청 지속을 설득해야겠죠.

 

물론, 우리 모두 알다시피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요.


그런데 사실, 커뮤니케이션과 설득의 문제는 비단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만의 관심사는 아닙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는 유전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고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때문에 먼 옛날 그리스의 수사학부터 최근의 커뮤니케이션 실용서까지, 우리는 항상 설득의 법칙에 대한 고민을 해왔어요. 특히나 말과 글이 직업인 사람들에게는 설득이 곧 실력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대표적으로 작가들이나 철학자들이 있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 아무리 똑똑하고 말 잘하는 그들도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에는 아주 젬병인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경우 심지어 인간에게 있어 설득이라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상대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싶거든 논리적인 설득이나 호소가 아닌 상대방의 이익이나 욕망을 자극해야 한다고 했죠.

 

"내 말대로 한다면, 너에겐 어떤 이익이 있을 거야"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 의미 없는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라
■ 그래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면 상대방에게 인신공격을 가하라

 

쇼펜하우어, 그의 인격이 조금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과 행동이 정확히 일치하는 솔직한 사내였죠. 실제로 사람들을 대할 때 위와 같은 태도를 심심찮게 일삼았습니다. 당연히 그다지 인기가 있는 타입은 아니었겠죠?

 

실제로 그의 커리어는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어요.

 

스스로 최고의 역작이라고 여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출간 이후 몇 년간 100여부 밖에 팔리지 않았고, 대학 교수 시절에는 당대의 인기 철학자 헤겔과의 강의 경쟁에서 참패하기도 했습니다. 

 

또 평생 독신으로 친구도 별로 없이 살아갔고요. 말년이 다 돼서야 세상의 주목을 받았을 따름입니다.

 

그의 철학적 성취와는 별개로 쇼펜하우어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그다지 효용이 있어 보이진 않네요.

 

이에 비해 '설득' 하면 항상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이 조금 달랐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 즉 설득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로고스(logos, 논리)와 에토스(ethos, 도덕성), 그리고 파토스(pathos, 감정) 그것입니다.

● 「logos, 논리」

 

우리가 토론을 할 때 어떤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논리적인 정합성이 있어야겠죠? 이것이 바로 로고스입니다. 

 

토론에서 뿐만 아니라, 설득되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예로 들어서 생각해볼까요? 시나리오에서의 논리란 개연성과 구조적 완성도, 스토리와 주제의 유기적인 결합입니다.

 

드라마, 연극, 소설 등 분야를 막론하고 잘 쓰인 스토리라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요소이죠. 

 

물론, 잘 쓰였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진 않겠죠?

 

논리와는 별개로, 청중(소비자)을 설득하기 위해선 그들의 감정을 움직여야 해요.

     

    ● 「ethos, 도덕성」

     

    하지만,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고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완벽한 콘텐츠가 있더라도 크리에이터의 에토스, 즉 도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청중들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슬쩍 보기만 해도 구매욕구가 샘솟는 잘 만들어진 CF가 사실은 불법적인 노동착취와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촬영됐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광고 상품을 구입할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가지 요소중 에토스, 즉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고 강력하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가장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죠.

     

    사실 설득에 있어 앞선 두 가지의 요소는 일종의 기술에 속하는 부분이지만, 도덕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와 연습이 아닌 실천으로만 갖출 수 있는 인격의 문제이죠.

     

    특정한 주장을 위해서는 스스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봉준호 감독님이 오랫동안 영화계의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힘써왔다는 사실은 유명하죠.

     

    그렇기에 그가 「기생충」을 통해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폭로했을 때 많은 대중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죠.

    ● 「pathos, 감정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열정은 물론, 메시지를 받아들일 청중들의 감성과 정서를 식별하고 이에 맞는 논증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각각 사람들의 하비투스(habitus), 즉 심리적 상황과 성격, 기질이 설득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논리적인 주장이라도 청중들의 기질과 상태에 따라 설득력을 가지기도, 전혀 그렇지 못하기도 해요. 

     

    수많은 천재적인 콘텐츠들도 시대를 타고나지 못하면 소리 없이 사라지곤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주요한 감정 상태를 분류하고, 각각의 상태에 맞는 수사법을 도출해냈어요. 오늘날의 마케팅에서 말하는 타겟층 분석과 초개인화 전략과 비슷하게요.

     

    결국, 듣는 사람에 따라서 설득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타인을 설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그것이 모종의 목적을 가진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현대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에요. 특히나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는 직업과 직결되는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시대는 변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스의 아고라부터 현대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까지, 공론의 형태와 장소는 바뀌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그대로입니다.

     

    인간은 변하지 않기에 인간을 설득하는 방법도 변하지 않는 것이죠.

     

    우리는 소통이 무기인 시대에 살고 있어요. 어쩌면 지금은 쇼펜하우어와 실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집부 superc@super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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