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김애선씨는 15kg 무게 가방을 메고 산에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스팟을 찾는 순간,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펼쳐놓고 눕는 시간, 숲속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가 캠핑을 하는 과정은 하나의 영성이 되어 유튜브에 게시된다. 사실 특별한 일은 없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저 장소가 '오지’일 뿐.
그럼에도 사랑애의 유튜브 채널에는 자연과 캠핑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의 채널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 걸까.
안녕하세요 사랑애님! 저는 초보 백패커이자 유튜버 꿈나무 수퍼C 집장이 언니입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안녕하세요 캠핑 크리에이터 사랑애(본명 김애선)입니다. 지난 4월에 수퍼C와 웹진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반가웠는데,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니 참 좋네요.
수퍼C가 여행 크리에이터 5명을 선택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유일하게 캠핑 전문으로 참여하게 되셨어요
저는 당연히 다른 캠핑 크리에이터 분들이 계실 줄 알았는데 혼자라고 해서 놀랐어요. 또 수퍼C 편집장이 백패커라고 하시니까, 더 인정받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거든요. 제가 내향적인 성격이라 사진 찍히는 걸 어려워하는데 이 인터뷰는 힘들어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광스러웠고, 기뻤던 것 같아요.
오늘 촬영 콘셉트가 '오지로 떠난 캠핑여신'이었는데 어떠셨나요?
정말 좋았어요. 제가 캠핑 유튜브를 하다 보니까 영상이나 사진에서는 맨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아웃도어룩을 입은 모습만 비치거든요. 그래서 이런 원피스를 입고 화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채널 구독자가 3달 전에는 1만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만6000여명이 되셨어요!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솔캠'을 다녀왔던 영상이 조회수가 잘 나왔어요. 그걸 계기로 구독자 수가 확 뛰더라고요. 한 번에 거의 만 명 정도가 늘었어요. 예상 못 했던 일이라 놀라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죠.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캠핑 장비 방'까지 만드셨던데
맞아요. 캠핑 장비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집이 좁아지다 보니까 관리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장비 때문에 이사를 했어요(웃음). 장비에게 방을 주기 위해. 캠핑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장비 방을 잘 꾸며놓은 경우가 있는데, 저도 꼭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매장 사진도 찾아보고 해외 캠퍼들의 사례도 훑어보면서 저만의 장비 방을 갖게 됐죠.
캠핑 장비방을 만든 영상을 올리고, 너무 뿌듯해서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방 안에 들어가서 멍하니 있기도 하고. 오랫동안 하나의 취미에 몰두해왔고, 이 방이 그 결과물처럼 느껴져서 정말 행복했어요. 또 방을 갖춰놓으니 장비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보관할 수 있고, 짐을 꾸리기에도 편해요.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매장처럼 꾸며놓으니까 볼 때마다 설레기도 하고요.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많은 분들이 여행을 멈추고 있는데, 캠핑 쪽은 어떤가요?
조금 조심스럽지만 캠핑 쪽은 더 관대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에서 하는 여행이 아닌지라. 그래도 항상 마스크를 끼고, 사람들과 최대한 접촉하지 않고. 늘 조심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활성화되고 산을 찾는 분들도 많아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요즘 캠핑 유튜버가 정말 많이 늘어났어요.
여행 크리에이터와 캠핑 크리에이터, 비슷한 듯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사랑애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캠핑 콘텐츠는 자연, 여행 콘텐츠는 도심의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제게는 여행의 이미지가 도심 속이나 북적이는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도심으로 가는 여행은 즐기지 않고 그냥 혼자서, 둘이서 산속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게 잘 맞아요. 그런 가치관을 제 영상에도 녹여내고 있고요.
사실 캠핑과 여행의 결정적인 차이는 '노숙'이죠?(웃음)
맞아요. 야외에서 밥을 지어먹고 잠을 자고. 그래서 맨몸으로는 캠핑이 불가능하죠. 10kg 이상의 박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나 1박을 하고 오니까 몸은 정말 힘든데, 힘듦에서 오는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하는데 배낭이 무거울수록 도착했을 때 만족도가 높아지고, 캠퍼로서 자부심도 생기거든요.
캠핑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지켜야 하는 '룰' 같은 게 있나요?
캠핑 스팟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 거예요. 저도 초반에는 이걸 몰라서 주소나 정확한 위치를 노출시키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수록 캠핑할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물론 솔직하게 공개하는 유튜버도 있어요.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있고, 영상 조회수를 올리는 효과도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공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스팟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캠핑을 해도 되는 장소, 안되는 장소를 구분하기가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국립공원 내에서는 캠핑을 하면 안 되는데, 저도 잘못 알고 한 번 간 적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다녀왔으니 가도 되는 줄 알았거든요. 요즘은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는 분들이 많으니 크리에이터들이 더 조심해야겠죠.
비슷한 의미로, 불을 사용하는 모습도 최대한 자제해야겠네요
맞아요. 예전에는 캠핑 크리에이터가 불을 쬐거나 요리를 하는 영상이 많았잖아요.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거의 비화식으로 해요. 전투식량도 많이 좋아졌으니까요. 산을 많이 안 가본 지인과 백패킹을 갔는데, 그분이 맛있는 걸 먹겠다고 닭찜이나 부대찌개 같은 걸 잔뜩 챙겨오셨어요. 그러면 비화식이라고 해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물도 과하게 쓰게 되거든요. 백패킹을 할 때는 최대한 단출하게 가고, 콘텐츠에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구독자분들은 매일 라면만 먹냐고 하시지만...어쩔 수 없죠.
직장 생활, 캠핑, 유튜브까지. 힘들진 않으세요?
아무래도 힘들죠. 보통 캠핑을 하려면 1박 2일이 소요되다 보니 촬영본 자체도 볼륨이 크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10분짜리 영상을 편집하는 데 최소 8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평일 퇴근 후에는 집에 가자마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집에 매달려요. 하루 1~2시간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거죠. 그렇게 해야 1주일에 1건, 2주일에 1건을 겨우 올리더라고요. 그래도 영상 밑에 '힐링 된다', '멋있다' 같은 응원 댓글이 달리면 힘이 돼요. 그런 글들이 꾸준히 유튜브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요.
사랑애님도 광고, 협찬 문의가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어떠세요?
오늘도 광고 의뢰가 3개나 들어왔어요. 사실 많이 들어오는 편이긴 한데 대부분 거절하고 있어요. 오는 걸 다 하다 보면 영상마다 협찬이 들어가야 하고, 겹치는 것도 많을 거고. 돈만 생각하면 다 할 수는 있겠지만... 제가 자신 없는 건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의문인 게 캠핑 장비 광고 의뢰는 잘 안 들어와요. 대부분 뷰티, 의류에요. 장비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채널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저는 없어요. 사실 욕심내서 하면 원하는 만큼 벌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렇게 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더라고요. 돈에 연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캠핑을 사랑하니까 유튜브는 좋은 취미 생활로 남겨두고 싶어요. 만약에 본업을 그만두게 된다면, 제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캠핑 의류를 만든다거나 텐트를 디자인한다거나?
유튜버로 활동한지 1년 반, 앞으로는 어떠한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캠핑 다니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겠지만 굿즈 제작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어요. 하나는 백패킹용 우드 테이블인데요. 약간 감성적이면서도 가벼운 나무 탁자를 만들어서 백패킹도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쓰레기봉투. 예전에는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박배낭에 매달아 가는 게 트렌드였는데 요즘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나 빨아 쓸 수 있는 쓰레기봉투가 판매되고 있거든요. 그걸 약간 패셔너블하게 디자인해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본업이 디자이너시다보니, 계속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는 것 같아요
캠핑을 매주 다니다 보니까 필요한 물건이 생기고, 더 지속가능한 캠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지만... 계속 꿈꿔보려고요.
* 위 인터뷰는 크리에이터 전문 매거진 '수퍼씨: 크리에이터 여행자'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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