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코로나19 시대 이전에도 아픔과 슬픔은 있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애환과 고통, 겉으로 드러나는 목소리와 속으로 수없이 삼킨 눈물들이 더해지면 깊은 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행히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신념과 에너지로 주어진 숙제를 풀어갔다. 삶은 멈추지 않으니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하는 아티스트 하진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래하기에 치명적인 희귀병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크를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행복을 아는 뮤지션,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 그의 생각을 인터뷰로 담아봤다.
안녕하세요 하진우님, 수퍼C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노래하는 데 있어 치명적인 희귀질환을 갖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전달해 드리고자 하는 '노래하는 하진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코로나19 시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계시나요?
제가 지금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데 학생 수도 급격하게 줄었고 잡혀있던 공연, 축가 등 모든 것이 취소되는 바람에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내다 보니 나름 편안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특히 건강은 괜찮으셨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지냈습니다. 제가 가진 병은 아직까지 완치하기 어려운지라 나빠지지 않게끔만 건강관리를 하고 있죠. 그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 조심하고 신경 쓰고 있답니다.
이번 '청년을 노래한다'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건가요?
노래를 하기 위해 장소와 무대를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청년을 노래한다'라는 좋은 지원 사업을 발견하게 돼 참여하게 됐죠. 노래뿐만 아니라 관객들과 소통하며 공연할 수 있다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참여 아티스트로 선정돼 정말 기뻤고, 주최 측에서 아티스트를 위해 다양한 장소와 무대를 꾸며주신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토크쇼 형태의 무대라고 들었는데, 어떤 형태인가요?
관객분들이 잘 아실만한 노래를 부르고, 제 이야기에 빗대어 곡 설명도 해보려고 해요. 또 관객들 중에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거나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분이 있다면 간단하게 대화도 나눠보고자 합니다.
어떤 노래들을 부르실 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이선희 선생님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노래를 부르려고 해요. 제가 오랜 병원 생활을 하며 지쳐있을 때, 어머니께서 "이렇게 힘들게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제 마음을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했었는데 후에 KBS1 '노래가 좋아'라는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기적적으로 4연승을 했고, 마지막 곡으로 이 노래를 부르면서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 곡을 통해 관객분들에게도 그때의 감정을 다시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그 감정은 뭉클함, 사랑, 그리고 희망이라고 봐도 될까요?
맞습니다. 비록 치명적인 희귀병을 갖고 있지만 노래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더 많은 분들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진우님은 언제부터 가수를 꿈꾸셨나요?
저는 사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해왔지만 잦은 슬럼프를 겪었고 입시 준비 도중에 전공이 바뀌어서 흥미가 떨어진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음악은 무척 좋아하는 일이었고, 중학교 축제 때 노래 대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부모님께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오랜 설득 끝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닐 수 있었고, 가수라는 꿈을 꾸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시나요?
음악을 시작하고, 20대 초반까지는 막연히 누구나 인정하고 존경하는 가수를 꿈꿨어요. 그런데 20대 중반에는 희귀병이 찾아와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서 굉장히 힘들었었죠. 그러다 우연히 방송에 나가게 됐고, 희귀질환을 고백하게 됐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많은 환우분들과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께서 '나도 다시 한번 꿈꾸게 됐다', '힘을 얻었고 감동적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계신 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그동안 발표하셨던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없다'라는 노래를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직접 작사 작곡을 했는데요. 소중한 대상을 잃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쓴 곡이에요. 저는 위로를 받을 때 괜찮다, 다 좋아질 거라는 말을 듣는 것도 좋지만... 한번 펑펑 울고 난 뒤가 가장 마음이 편해지고 다잡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노래에 그러한 감정들을 녹여봤어요.
남은 2020년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우선은 건강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뛰어오를 연습도 하고요. 또 무대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SNS를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다른 좋은 곡들로 찾아뵐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맞지만... 사실 그전부터도 힘든 분들이 참 많으셨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겨내셨기 때문에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오셨던 대로 열심히, 잘 버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