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늘 같은 자리에서, 매년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운다. 한철 바짝 아름답다가 스러지는 꽃.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이 아쉬우면서도 안타깝지 않은 이유는 내년에도,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속 청년들은 보장되지 않는 내일을 기대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하는 어쿠스틱 듀오 '누들'도 마찬가지다. 무대가 사라지고, 공연이 멈춘 상황이지만 이 청년들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며 미래를 노래하고 있다. 얼어붙은 땅에 봄이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이 시기가 토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는 꿈을 품으며.
안녕하세요! 수퍼C 독자분들께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희준 /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디와 포크 장르로 활동 중인 듀오 '누들'입니다. '누군가는 들어주겠지'라는 뜻이고요. 이 문장을 줄여서 누들이라고 지었어요. 저는 누들의 리더이자 보컬, 작사, 작곡을 맡고 있는 희준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림 / 안녕하세요 기타 치며 음악 하는 우림입니다. 우림은 제 본명이고요. 빛이라는 뜻이에요. 저는 기타를 전공해 라이브 연주, 앨범 녹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 등도 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언제 처음 만났고, 어떻게 팀을 맺게 되셨나요?
우림 / 대학을 다닐 때, 마음 맞는 선배 2명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자주 모임을 갖곤 했는데요. 어느 날 스터디 멤버 중 한 명이 지인을 모임에 데려왔었는데, 그분이 희준님이었어요. 희준님이 합류한 후 총 4명이 꾸준한 음악 모임을 가졌고, 그 모임이 발전해 '감성밴드 참'이라는 팀이 탄생하게 됐죠.
희준 / 감성밴드 참을 통해 좋은 시간을 보냈고, 이후 각자 갈 길을 찾아 멀어지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거리상 가까이 있던 우림이와 유닛 형식의 팀을 만들어 활동하게 됐어요. 그것이 누들의 시작이었습니다.
활발하게 곡 작업을 하고 계신데, 자작곡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희준 / 다양한 노래를 만들어왔지만, 가장 좋아하는 자작곡은 '소박한 삶을 살 여유가 없다'에요. 단순한 멜로디지만 가사와 맞물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매력을 갖고 있는 곡이죠. 이전에 바쁜 하루에 치여 살다가 방바닥에 뻗어서 '아, 소박한 삶을 살 여유가 없구나!'라고 한탄을 뱉은 적이 있는데요. 순간 이 상황을 노래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하게 됐어요. 가사를 보면 '소박한 삶을 살 여유가 없다', '오늘은 너를 생각하는데 어제는 너를 생각 못 했네'라는 내용의 가사가 있는데 생각할수록 슬프기도 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바쁜 삶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좋기도 해요.
우림 / 저는 주로 기타 연주 활동을 하다가 2018년에 '19th'라는 첫 앨범을 냈어요. 앨범에는 '제(弟)한테'라는 곡이 수록돼있는데, 두 동생 중 막내 여동생의 19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선물로 만든 곡이에요. 이 곡은 어느 날 동생과의 긴 대화를 마친 후 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랑해서 건넨 한마디 한마디가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는데요. 동생의 생일 날짜에 맞춰 발매해 더욱 기억에 남아요.
두 분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희준 / 루시드폴과 김광석이 떠올라요. 두 분 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이며 전하고자 하는 울림과 메시지가 있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우림 / '긍정 대마왕'이라 불리는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해요. 영감까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영감은 생활 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것 같아요.
두 분에게 첫 버스킹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남아있나요?
희준 / 밴드 참에서 본격적인 거리 공연을 시작하게 됐어요.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 4명이 악기와 장비를 꾸역꾸역 가지고 다니며 공연을 했죠. 그래도 사람들에게 박수받았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우림 / 제 첫 버스킹은 고등학교 때예요. 친구와 동네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곤 했죠. 한 번은 한강공원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는데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버스킹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누들로서는 어떤 버스킹을 해오셨나요?
희준 / 서울 강남구, 서초구가 주최한 거리공연 예술가 활동을 했으며 이외에도 '버스킹플레이' 어플을 통해 홍대, 신촌, 대학로, 종로, 동대문, 수원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해왔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그러한 활동도 쉽지 않으셨겠어요
우림 /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랬듯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공연 이외에도 사라진 일들이 많아 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죠. 그래도 주어진 시간이 많아 창작에 집중할 수 있었고, 쉼도 가질 수 있었어요.
'청년을 노래한다'에서는 어떤 무대를 진행하실 계획인가요?
누들 /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무대 위에 설 기회가 없었는데,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이번 무대에서는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이 어우러지는, 소소하고 따뜻한 음악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누들의 플레이리스트 중 꼭 추천하고 싶은 노래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희준 / '월간 윤종신'에 참여했던 장필순님의 '결국 봄'이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얼어붙고 뻣뻣해진 이 시기에 결국 봄이 찾아올 거라는 따뜻한 노래여서 위로가 됐던 곡입니다.
우림 / '소박한 삶을 살 여유가 없다'를 추천해요. 앞서 얘기했듯 소소한 일상 속 위로와 행복이 필요한 현대 시대에 잘 맞는 곡인데요. 소소한 이야기를 읊조려주며 공감대를 자아내고 위로를 얻게 해주는 노래랍니다.
남은 2020년, 어떤 창작 활동을 이어가실 계획인가요?
희준 / 2019년 12월에 누들 정규 1집을 발매했어요. 우림이와 함께 오랜 기간 애를 쓰며 만든 앨범이죠. 다음 정규 앨범을 위해 꾸준히 곡 작업과 공연 활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우림 / 누들 활동을 지속하면서 위에서 말씀드렸던 '제 한테' 처럼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쓴 곡들을 모아 EP 앨범을 발매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어려운 시기에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자 해주신 주최 측에 감사드립니다. 또 공연을 접할 분들께서 멀리서나마 저희의 무대를 통해 위로와 격려, 즐거움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어려움이 있잖아요. 결국 어느 때이든 소소한 것에서 위로를 얻고 행복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도 늘 그런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티스트들은 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어느 때이든지 끝까지 버티며 자신의 음악을 이어가는 사람이 진정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