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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노래한다] 재능을 기회로 바꾼 프로 마술사 '쇼갱'

  • 황인솔 기자
  • 2020-09-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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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기회로 바꾼
프로 마술사
'쇼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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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교실마다 마술을 연습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카드를 쉼 없이 섞고, 고무공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들. 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 같았지만 가끔은 인터넷에서 배워온 트릭을 선보이며 미니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술을 성공했을 때 관객보다 환하게 웃던 녀석들의 미소는 아직도 선명하다.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하는 마술사 '쇼갱'도 어려서부터 마술을 연습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흥미와 취미에 불과했지만 오랜 시간 재능을 갈고닦았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고 붙들어 프로 공연꾼이 될 수 있었다고.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흔하지 않은 사례다. 그는 어떻게 재능을 기회로 만들 수 있었을까. 프로가 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온 걸까.


안녕하세요 쇼갱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쇼갱입니다. 저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마술사이자 프로 엔터테이너입니다. 쉽게 말해 '공연쟁이'인데요. 사람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공연하고 있습니다.
쇼갱, 어떤 뜻인가요? 공연을 뜻하는 'Show(쇼)'와 갱스터 'Gang(갱)'의 합성어입니다. 흔히 어깨 깡패, 무슨 무슨 깡패라고 하잖아요. 공연 쪽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미로 쇼갱이라고 지었습니다. 또 저의 공연 콘셉트 중에 '신의 야바위'라는 작품이 있는데, 공연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입에 착 달라붙기도 하고요.

현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신데, 어떤 공간인가요?

마술 콘텐츠는 물론이고 제 취미인 운동 영상 등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개인 채널이기 때문에 저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올릴 예정이에요. 또 마술을 연구하면서 수집한 다양한 꿀팁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업로드하기도 합니다. 사실 요즘 정신이 없어서 유튜브 활동을 미루고 있기는 했는데요. 유튜브만큼 마술사, 예술가들이 홍보하기 좋은 곳이 없기 때문에 놓지 않고 계속할 예정입니다.

쇼갱님이 마술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 정말 많이 받는데요(웃음). 중학교 1학년 때 인터넷에서 '마술클립 이은결의 배워볼까요'라는 영상을 처음 접했었어요. 거기서 배운 마술을 다음 날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하나씩 연습하다 보니 마술에 대한 열정이 커진 것 같아요. 저는 마술의 비밀을 알지만 친구들은 신기해하는 게 매력적이었달까요? 그리고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한몫을 했던 것 같아요. 마술을 통해 제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당시 친구들이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의 쇼갱을 만든 거네요!

그렇죠. 그 이후로도 꾸준히 마술을 연습했어요. 그 당시 해외 마술 DVD 강의 자료가 유행이었는데 그걸 하나씩 수집하면서 거장의 마술을 독학으로 배웠죠.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디테일은 놓쳤지만 대략적인 기술은 눈으로 보고도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습득이 가능했어요.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 가서도 마술 사랑이 지속됐어요. 20대 초반에는 지인이 마술 공연을 부탁하면 아마추어적인 수준으로 보여주면서 용돈을 벌었고 방과 후 강의에서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죠. 그때만 해도 참 좋은 취미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학까지만 해도 마술을 '취미'라고 생각하셨군요?

우리나라에는 마술학과가 2개 있는데 대부분의 마술사들이 이 학과를 나와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숭실대학교 창업학과를 나왔거든요. 그러다 25살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는데 거기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어요. 1년간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넓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됐죠.

호주에서 특별한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호주에서 처음으로 거리공연을 접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버스킹에 눈을 뜨게 됐죠. 버스킹의 개념은 거리에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줘서 팁을 받는 행위를 말하는데 해외에서는 이미 버스킹을 하는 사람을 'Busker', 'Street Artist' 등으로 부르며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더라고요. 저도 호주에서 첫 버스킹을 시작하면서 그 매력에 빠졌고, 이후 매년 12월마다 2개월씩 호주로 가서 버스킹을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공연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업그레이드되기도 했고요. 그게 지금까지 제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호주에서 시작한 공연이, 지금은 한국으로 확장된 거네요

한국에서도 2015년부터 버스킹 붐이 일었고 축제, 행사에서도 버스커를 찾는 움직임이 생겨났어요. 그래서 국내 거리공연축제, 거리예술제 등에서 활동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죠. 현재는 작품을 가지고 지역 행사와 축제에서 공연자로 활동하고, 시간이 남을 땐 거리로 나가 버스킹을 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마술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어요.

쇼갱님에게 마술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마술이란 '즐거움'이에요. 관객들과 소통하며 공연을 하다 보면 고통도 잊게 되고, 잠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보시는 관객분들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시고, 즐거워해주시니 정말 뿌듯해요.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무대가 사라졌는데, 어떤 상반기를 보내셨나요?

다행히도 정부에서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예술인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써주고 있어요. 하지만 많은 절차가 있기 때문에 서류작성에 오랜 시간을 쏟아부었어요. 그래서 발탁된 공고 몇 가지를 통해 어느 정도 위기를 버틸 수 있었죠. 또 공연쟁이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업, 다른 돈 버는 방법도 공부했어요. 그런데 아직 써먹질 못하고 있네요.(웃음). 아울러 위기 상황에서 멘탈이 흔들리면 안 되니까 제가 좋아하는 운동도 계속하면서 심신을 단련했고요. 그동안 못 읽은 책도 읽고, 강의도 들었어요. 공연은 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바쁘게 보냈어요. 다른 위기가 찾아와도 대처할 수 있도록.

'청년을 노래한다'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시게 됐나요?

예술인 공연 지원 사업 중 하나라서 과감히 지원했어요. 이런 공고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거든요. 경쟁률이 치열했을 텐데 발탁돼서 좋았습니다. 또 아티스트 대부분이 음악 부문이라 제가 하는 퍼포먼스가 희귀하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이번 무대에서는 어떤 마술을 보여주실 계획인가요?

'내기의 신'이라는 공연을 준비했어요. 내기를 주제로 관객들과 현장에서 돈을 주고받으며 극적 긴장감을 추구하는 쇼에요. 조금 자극적이죠? 하지만 이런 소재도 거부감 없이 풀어내는 게 쇼갱의 재능이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내기의 신의 기원은 마술의 한 종류인 'Cups and Balls'에서 출발했고, 이것을 우리 문화인 '야바위'와 결합해 풀어냈어요.

내기의 신, 어떻게 구상한 작품인가요?

한 축제에서 Cups and Balls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콘셉트를 나쁜 사기꾼, 도박꾼처럼 잡고 싶더라고요. 그걸 어느 축제 예술감독님이 우연히 보셨고, 공연이 끝난 뒤 명함을 주고 가셨어요. 이게 계기가 되어 2017년에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고 그 이후 각 예술감독님과 기획자들의 러브콜을 받아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운도, 시기도 좋았죠. 그래서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많은 작품이에요.


도박을 권유하는 작품은 아닌 거죠?(웃음)

물론입니다. 공연의 메시지는 '도박을 하지 말자'에요. 관객이 돈을 걸면 그 돈이 중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데요. 결국 마지막에 한 물체에서 그 돈을 돌려받게 돼요. 그러면서 마술의 신기함과 교훈을 동시에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에 오셔서 직접 경험해보시면 좋겠네요.

남은 2020년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공연을 업그레이드해보려고 해요. 기존에 하던 작품들을 수정 보완하는 데 시간을 보낼 예정이에요. 그리고 공연 외적으로 부가적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창구도 만들 거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

관객들과 소통 없이 사무실에만 있어서 몸이 아주 근질근질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가 종식돼서 시민들과 마주하고 마음 편히 공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저는 더 즐거운 공연을 연구하고,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연과 관객을 사랑하는 마술사 쇼갱이었습니다!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이제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19가 예술을 막을 수는 없지만, 변화를 대응하는 방법은 아티스트 스스로 준비해야 될 것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자가 기회를 잡는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충분히 극복하고, 기회 마저 잡을 수 있을 거예요"

- 마술사 쇼갱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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