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노래하는
재즈 뮤지션
'메노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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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재즈와 인생이 닮았다고 한다. 즉흥과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 변주적인 리듬 속에 녹여내는 수많은 감정들, 그러면서도 주변과의 조화를 놓치지 않는 균형감각이 우리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은 난해한 이야기다.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기에는 너무나 끈적이는 주제다. 그럼에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재즈를 선택하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과 너무 많은 부분이 겹쳐있기 때문이 아닐지.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하는 재즈 아티스트 '메노모소' 역시 자신들의 인생관과 음악적 색채를 풀어낼 도구로 재즈를 택했다. 그들이 기록한 음 하나하나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걸까. 또 이들이 뮤지션으로서 남기고 싶은 기록은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수퍼C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메노모소 / 안녕하세요. 저희는 재즈를 기반으로 자작곡, 재즈, 샹송, 팝 등을 연주하는 듀오 '메노모소'라고 합니다. 보컬리스트 김희나와 피아니스트 김지혜로 구성된 팀이에요. 2015년 12월에는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1집 앨범 'Time Will Tell' 앨범을 발매했고 지난 2일에는 2집 앨범 'Nostalgia'를 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무대에 서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메노모소, 어떤 뜻인가요?
메노모소 / 메노모소(meno mosso)는 클래식 음악 용어로 '보다 느리게', '평온하게 연주하라'라는 뜻이 담겨있어요. 저희가 평소 모습은 밝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감성적이고, 깊은 색채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의 음악적 색에 맞춰 이러한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언제부터 '재즈'와 사랑에 빠지셨나요?
희나 / 저는 어릴 때부터 대중음악을 사랑했고, 노래하는 사람을 꿈꾸며 자랐어요. 그런데 20대 초반에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나가야할지 막막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재즈연주를 접하게 됐고, 매력적이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 음악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당시 다니고 있던 대학교를 그만뒀고, 실용음악과에 새로 입학해서 재즈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게 됐어요. 모든 음악이 그렇긴 하지만 재즈는 자기 자신이 있는 대로 드러나고 숭고하고 자유롭고, 어렵고도 아름다운 장르더라고요. 나를 알아가는 과정처럼 재즈에 한 발짝씩 다가섰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흥미를 느끼고 빠지게 됐어요. 돌이켜 생각해봐도 재즈를 선택하길 정말 잘한 것 같고요.
지혜 / 재즈는 한계가 없고 정말 무궁무진한 세계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클래식 피아노 전공인데요. 어느 순간부터 재즈의 화성과 즉흥 연주가 너무 궁금하고, 갈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정해진 대로 쳐야만 하는 클래식보다 자유로운 재즈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게 된 거죠. 그러다 기회가 닿게 되어 미국으로 유학도 다녀왔습니다.
두 분은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지혜 / 저희는 2013년도에 처음 만났어요. 둘 다 실용음악대학에서 교육자로 일하면서 알게 됐죠. 그러다가 개인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가까워지게 됐어요.
음악적으로 잘 맞았기에, 자연스럽게 팀이 되실 수 있었군요!
지혜 / 개인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됐고, 희나씨가 작곡한 곡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걸 제가 편곡해서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그런 면에서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에 듀오로 활동해보기로 결심하고,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희나 / 저희는 삶의 방향, 음악적 성향이 잘 맞는 팀이에요. 그래서 7년째 함께 할 수 있었죠. 보통 제가 곡을 쓰고 지혜씨가 편곡을 하는데, 늘 제가 생각하는 사운드를 표현해 주세요. 마치 제 마음속에 들어온 것처럼.
이후로는 어떤 무대를 만들었고, 어떠한 공연을 해오셨나요?
메노모소 / 크고 작은 음악제, 재즈클럽 등 각종 공연장에서 꾸준히 공연을 해오고 있어요. 최근에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폐막식에서 연주했고요. 2018년 5월 서울숲 키즈재즈콘서트 '모노모소 퀸텟', 2018년 2월 삼성전자 그랑블루 재즈음악회 '메노모소 콘서트', 2017년 3월 마리아칼라스홀 '메노모소 콘서트' 등에서 다양한 연주로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데뷔앨범인 'Time Will Tell'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희나 / 'Time Will Tell'은 불안하고 서투른 감정을 지녔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다독이고 표류하지만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20대의 감성이 담겨있는 앨범이에요. 미국 민요 'Shenandoah'와 아일랜드 민요 'Dannyboy'를 제외하고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한 오리지널 곡들을 담았고요. 데뷔 앨범답게 풋풋한 감성과 순수함이 묻어있고, 많은 애착이 가는 작업물입니다. 모두 아끼는 곡들이지만 타이틀인 'Time Wil Tell'은 앞으로 모든 것들이 좋아질 거고, 어둠이 걷히고 빛이 떠오르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노래에요. 터널 속을 걷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가 되어줄 거예요.
그리고 지혜씨가 작곡한 'Hide & Seek'이라는 곡은 가사 없이 보컬의 스캣으로만 이뤄져 있는데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무언가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기하학적인 멜로디로 표현한 곡이에요. 그 외에도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Comfort'라는 곡과 영화 '만추'를 보고 작곡한 'Late Autumn'이라는 곡들이 수록돼있습니다.
두 번째 앨범인 'Nostalgia'에는 보다 성숙한 느낌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희나 / 메노모소 1집이 20대의 불안한 에너지와 방황을 담아냈다면, 2집 앨범은 그 방황을 지나치며 성장을 얻었지만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어떤 것을 느끼는지 이야기하는 곡들이에요. 사실 2집 앨범은 2017년 작업했지만 2020년에 발매하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예전에 작업했던 걸 지금 내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고 질문하셨는데, 3년 전에만 표현할 수 있는 감성과 순수함이 있는 거니까. 결과적으로는 그 당시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타이틀곡이자 앨범명이 된 'Nostalgia'는 돌아갈 수 없지만 지나고 나니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한 장씩 접으며, 지난날의 향수에 젖는 곡이에요. '이방인'이라는 곡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시의 저는 고향을 떠나온 지 5년째였는데 공간뿐만 아니라 생활, 음악 전부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너무 지쳐있었고,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곳도 없었고, 앞으로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죠. 그래서 멈춰 서버렸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감정들을 곡으로 기록하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무대가 사라졌는데, 상반기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희나 / 그동안 굉장히 바쁜 나날들을 달려왔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잠시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그동안 미뤄졌던 메노모소 2집 작업 마무리를 할 수 있었고, 발매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혜 / 저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고,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가정 보육에 힘을 쏟았습니다. 매우 힘든 시간이었어요(웃음).
'청년을 노래한다'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메노모소 / 대중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공고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됐어요. 무대를 위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영화 OST나 스탠더드 재즈 곡을 준비했고요. 재즈에 관심이 없더라도 친숙하게 들으실 수 있는 레퍼토리를 짰습니다.
이미 한차례 공연을 진행하셨는데, 어떠셨나요?
메노모소 / 날씨가 정말 더웠지만 모든 스태프분들과 관계자분들이 좋은 공연을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했어요. 또 관객 한 분 한 분이 아주 가까이서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시니 저희 마음도 채워지는 것 같았어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잘 봤다고 인사해 주시니 굉장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남은 무대들은 어떻게 채워가실 예정인가요?
희나 / 음악을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메노모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주로 보답하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저희 음악으로 조금이나마 휴식과 위로를 느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하고 싶으신 이야기
지혜 / 꾸준히 내가 갈 길을 걸어가면, 그 걸음 자체가 인생에 큰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인생과 진심을 녹여낸 음악을 하겠습니다.
희나 /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뮤지션으로서 음악과 인생을 감사하며 묵묵히 걸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메노모소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담긴 메시지와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2집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아티스트는 공연을 해야 힘을 얻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최근에는 무대가 많이 없다 보니 굉장히 지치고 막막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실 것 같아요. 저희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고, 좋은 작품을 준비하다 보면 이 시련도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잘 버텨봐요, 우리"
- 메노모소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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