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감정을 기록하는
싱어송라이터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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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다채롭다. 그리고 특별하다. 세상에는 흩뿌려진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인생과 이야기가 있고, 아름답고 슬픈 장면들이 반복된다. 그래서 삶이라는 단어에는 이 땅을 밟으며 살아간 이들의 감정과 사연들이 깃들어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삶을 기록해왔다. 각자가 쥐고 있는 표현의 도구를 사용해 자신의,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써 내려갔다. 이 기록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대가 됐고 더 많은 이들의 감정이 더해져 의미로 남았다.
'청년을 노래한다'를 통해 만난 싱어송라이터 이매진 또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아티스트다. 그의 노래에는 청년으로서의 고민, 멀어져 가는 청춘에 대한 아쉬움 등이 오롯이 담겨있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은유적이면서 솔직한 이야기들은 청자와 자신의 마음을 동시에 어루만진다.
6월이 되어서야 올해 첫 공연을 갖는 이매진의 무대는 코로나19 시대의 기록이다. 담담한 목소리 안에는 여름이 찾아왔음에도 비수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뮤지션의 아픔, 그럼에도 노래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담겨있다. 이번 버스킹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어떠한 기록을 이어갈까.
안녕하세요 이매진님! 수퍼C 독자분들께 첫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타 치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이매진'입니다. 임예진 아니고 이매진, 상상하다라는 뜻의 영단어 이매진(Imagine)입니다.
싱어송라이터,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제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땐 음원 작업을 많이 했어요. 한동안은 '월간 이매진'이라고 1년 동안 매달 한 곡씩 디지털 싱글 음원을 발표하기도 했죠. 2015년에 낸 정규 1집 앨범은 그렇게 만든 14곡의 모음이었어요. 이후로도 여러 곡을 작사, 작곡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버스킹 공연도 하셨고
네. 3~4년 전에는 연 200회의 공연을 했어요. 사실 이 수치는 개인적으로 기록적인 건데요. 기회가 닿는 대로 공연을 하기도 했고,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뤘던 숫자에요. 이후로는 많은 홍대 클럽이 문을 닫았고 노래할 무대가 많지 않아서 그 정도까지는 못했죠.
이매진님에게 '첫 버스킹'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홍대 카페와 클럽 등에서 하는 '오픈마이크'가 첫 무대에요. 오픈마이크는 인디신의 첫 관문 같은 건데요. 영화 '비긴 어게인'의 키이라 나이틀리가 처음 노래했던 무대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막상 무대에 서려고 하니까 제 순서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터질 듯 뛰고, 딱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이후로도 몇 번이나 공연을 했는데 울렁증이 낫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오픈마이크 무대에서 몇 번 마주친 기타리스트 분이 거리 공연을 막 시작해서, 작은 앰프를 들고 오셨더라고요. 무슨 용기가 났는지 그분에게 대뜸 말을 걸고 저도 껴 달라고 했어요. 너무 기꺼이 승낙해 주셨고, 그때부터 홍대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어요. 서로 30분씩 공연하고, 바꿔서 관객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하루에 3번씩 공연한 적도 있어요. 그때 너무 땅만 보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노래한다고 지나가던 아저씨께서 "볼륨 더 키우고 당당하게 노래해!"라고 호통치셨던 게 기억에 남네요.
무대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신 것 같은데,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는 많이 어려우셨겠어요
올해는 '청년을 노래한다' 버스킹이 거의 첫 공연이에요. 6월이 되어서야 첫 무대라니!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이 전생처럼 느껴진다는 글을 봤는데, 저도 정말 그런 기분이에요.
올해 상반기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그냥 쉬었죠. 길고 긴 겨울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힘든 때이지만, 공연하고 연주하며 관객을 만나는 음악인들은 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유튜브가 대안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았고요. 이럴 때일수록 곡을 쓰고 창작활동을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어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잔뜩 움츠러드니 영 힘이 안 나더라고요. 동료들끼리 대화를 해도 돌림 노래처럼 '앞으로 어떡하냐'라는 말만 반복했고요. 그러다 한 2개월은 '코로나19 긴급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사업들에 지원하느라 서류와 씨름했는데 거의 떨어졌습니다... 엉엉.
아쉬웠던 상황인지라, '청년을 노래한다' 무대가 더욱 반가우셨겠어요
정말 반갑고 감사했죠. 오래 쉬고 참여하는 공연이라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겨우내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제게 세상을 다시 만나게 해준 공연이랄까. 아주 감동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무대를 준비하셨고,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셨나요?
'쉼'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거리의 시민들이 길을 걷다가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오후의 바람도 느끼시고, 흥얼거리기도 하신다면 제 역할을 다 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 공연이 누군가에게 잠깐이나마 휴식이 된다면 저는 그걸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노래를 쓰고 부르셨는데, 몇 곡을 추천해 주신다면
'청춘에게', '너를 생각하다가 쓴 노래, '상괭이'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청춘에게, 굉장히 감성적인 제목이네요
청춘에게는 시간이 갈수록 청년의 때와 멀어지는 것 같다는 마음을 담은 곡이에요. 이 곡을 썼을 때도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아'라고 규정하고 우울했는데, 이렇게 더 늙어만 가고 있네요(웃음). 노래 속에는 '알잖아,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늘 꿈꿨어. 그땐 뭐가 그렇게도 시시했는지 영화 같은 반전만 바랬어', '나는 몰랐었네 모든 날이 눈부시게 푸르렀던 축제의 주인공들'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그때는 청춘이라는 말에 집착했던 때라 이런 가사를 썼나 봐요. 지금도 한 살 두 살 나이 들고 있지만 현재를 재밌게 살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너를 생각하다가 쓴 노래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느낌이 들어요
너를 생각하다가 쓴 노래는 친구가 한창 우울하던 때,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쓰게 된 곡이에요. 위로라고 하기에는 멋쩍지만 쓰고 보니 저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한 노래입니다. 가사에 '사실 나도 몰라. 인생이란 파도에 떠밀려가는 한심한 나 위로는 서툴지만 나는 너를 알아. 너의 탓이 아닌 거야'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모자라고 한심한 친구들끼리 야 네가 최고야! 다 꺼지라 그래!라면서 서로 응원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웃프면서도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상괭이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이 곡도 설명 부탁드려요
상괭이는 제가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동물,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생각하며 쓴 곡이에요. 세상의 많은 멸종 위기종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사에 녹여냈고, 곡을 썼어요. 서울환경연합X인디뮤지션의 컬래버레이션 앨범인 '들숲날숨'에 재발표해 실은 곡이기도 합니다.
'사실 네게 다가가고 싶지만 결국 널 가지려 할지 몰라 그게 미안해'라는 노랫말에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인간이란 자꾸 더 소유하려 하고, 더 쉽고 편하게 살고 싶어 하잖아요. 지구가 한계점에 다다른 걸 알면서도 걱정만 하고 실천은 미루고 있고요. 인간이 엉망으로 만든 지구에서 죄 없는 동물들이 고통받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하지만 일단 그런 화는 눌러 담고, 여름에 청량하게 들을 수 있게 동요처럼 곡을 만들어봤습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곡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상황과 꼭 맞는 것 같거든요
이런 상황을 생각하고 쓴 곡은 아닌데, 지금이 딱 걱정이 많은 시절이기는 하네요. 노랫말에 '걱정이란 건 걱정을 할수록 걱정스러워지네. 걱정을 한다고 달라지진 않지만 걱정을 멈출 수 없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사실 저한테 하는 말이거든요. 걱정 좀 그만하라고. 이 가사처럼 여러분도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걱정송을 들으면서 그냥 춤을 추세요!
남은 2020년은 어떤 창작활동을 이어 가실 계획인가요?
1집을 발표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2집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게 목표예요. 더불어 제가 보컬로 있는 '시보롱보롱' 밴드 활동도 재개해볼 예정입니다. 신곡도 내고요.
코로나19로 지쳐가는 분들에게도 한 마디 하신다면
매일매일 자신에게 좋아하는, 작은 것들을 선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이스커피일 수도 있고 '최애' 가수의 노래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영화라든지,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 영상, 혹은 웃긴 짤방이어도 좋겠죠. 저는 가끔 답이 없을 것 같을 때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를 떠올려요. 거기엔 이런 말이 쓰여있어요.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최근 우연히 알게 된 공연 관계자분이 통성명을 마치자마자 음악적 방향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셨어요. 훅 들어온 질문에 저도 모르게 '방향이랄 건 없고 그냥 버티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라고 답해버렸죠. 정말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일단은 어떻게든 버티는 게 먼저고. 그러면서도 다 함께 창작하고, 무엇이든 만들어봤으면 합니다"
- 싱어송라이터 이매진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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