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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노래한다] 한여름 낮잠 같은 클래식 앙상블 '시에스타 트리오'

  • 황인솔 기자
  • 2020-09-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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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낮잠 같은
클래식 앙상블
'시에스타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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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잔잔한 첼로 소리가 음악의 시작을 알린다. 그 위를 카랑한 바이올린 현이 덮는다. 뒤늦게 시작된 피아노 반주는 현악기들의 소리를 하나로 묶어낸다. 세 악기의 앙상블에 귀를 기울이면 머릿속으로 몇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언젠가 극장에서 봤던 영화의 배경음악,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가요, 어린 시절 교과서로 익혔던 고전 클래식까지. 익숙한 멜로디를 읊조리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집중하다 보면 '클래식'이 그렇게 멀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 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시에스타 트리오는 대중과 클래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한여름의 낮잠처럼 '휴식'을 선사하고 싶다는 이들의 연주에는 한 곡의 음표 개수만큼이나 많은 메시지와 애정이 담겨있다. 코로나19로 설 무대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시에스타 트리오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시에스타가 되어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음악적 열정과 사랑을 연주하기 위해.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네 안녕하세요. '시에스타 트리오'입니다. 저희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팀인데요. 저는 대표이자 피아니스트 성정화이고요, 바이올리니스트 신희라 선생님과 첼리스트 이윤희 선생님과 함께 연주하고 있습니다.

시에스타 트리오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시에스타(Siesta)는 지중해 연안 유럽에서 한여름 가장 해가 뜨거운 시간에 자던 낮잠을 뜻하는 말인데요. 지치고 힘들 때 잠깐 낮잠을 자면 정말 달콤하고 상쾌하잖아요. 저희의 연주가 그런 낮잠처럼, 관객분들에게 달콤한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팀 이름을 시에스타라고 짓게 됐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세 분은 어떻게 팀을 구성하게 되셨나요?

 

2018년 5월쯤이었어요. 당시에 바이올리니스트 신희라 선생님께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 남부 지역에서 합주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연주자들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셨어요. 그 글을 제가 읽게 된 거죠. 저도 한참 연주에 목말라 있을 때였고, 가까운 지역에서 자주 만나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지라. 신희라 선생님의 글을 보고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이후 통화를 해보니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성도 비슷하고,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얼른 만나서 연주를 해보자고 약속했죠. 첼리스트 이윤희 선생님도 그렇게 합류하셨고, 세 명의 팀이 완성됐답니다.

 

팀 이름처럼 굉장히 달콤하고, 특별한 만남처럼 느껴지네요!

 

첫 만남부터 굉장히 설렜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에 만나자마자 바로 연주부터 맞춰봤던 기억이 나요.

 

세 분이 원하는 방향성이 같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던 건가요?

 

저희는 세명 다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길 바랐어요. 그래서 반드시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관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연주회를 기획, 연주하기로 결심했죠. 주로 학교나 유치원 같은 아이들이 있는 교육기관이나 공공기관, 기업에 악기를 들고 찾아가서 연주했어요. 또 관객 대상에 따라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밌는 해설을 덧붙였어요. 제가 MC 경험이 꽤 있어서 그 부분을 리드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선생님들도 취지에 동감해 주셔서 함께 레퍼토리를 고민하고, 지루하지 않은 공연을 만들고자 애썼던 것 같아요.

 

 

 

사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그걸 깨고 싶으셨군요

 

맞아요. 사실 정통 클래식은 다른 장르에 비해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음악이라서. 공연 중에 관객들이 기침 소리, 떠드는 소리도 내면 안되고 박수도 정해진 때 쳐야 한다는 매너가 있어요.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고,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죠. 저희는 그게 정말 안타까웠어요. 사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클래식이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처럼 누구나 가볍고 쉽게 즐기는 장르거든요. 우리나라도 국민들이 이렇게나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고, 의식 수준이 높은데 클래식도 얼마든지 쉽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클래식은 실내 공연이 익숙한 장르인데, 악기를 매고 밖으로 나오시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피아노가 좀 많이 무거워서 근육이 생기고 있지만(웃음). 클래식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을 타파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려면 연주자가 먼저 앞장서야 할 것 같아서 관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악기를 매고 야외로 다니고 있습니다.

 

시에스타 트리오는 주로 어떤 무대를 열고 계시나요?

 

기본적인 콘셉트는 '찾아가는 클래식 음악회'로 관객들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연주자들이 직접 찾아가서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하는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관객이 누구냐에 따라 콘셉트가 조금씩 달라져요. 어린이 관객에게는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 바흐의 '미뉴에트' 등 정서함양에 좋고 듣기 쉬운 클래식 곡들과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를 편곡해서 연주했고요. 청소년 관객에게는 음악사 설명과 함께 교과서에 나오는 반드시 알아야 할 클래식곡과 현재 유행하는 가요를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했어요. 성인이 많거나 관객이 불특정한 야외 버스킹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클래식이나 OST를 편곡, 연주해 그 곡이 나왔던 장면을 떠올리고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진행해왔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시에스타 트리오는 어떤 상반기를 보내셨나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다 힘드셨겠지만... 아티스트들은 정말 직격탄을 맞았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았고, 연주를 멈췄어야 했으니까요. 저희 팀에게도 코로나19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어요. 예정했던 공연들이 전부 취소되고, 2월부터 4월까지는 거의 백수 상태로 지냈죠. 정말 암담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청년을 노래한다'가 무척 반가우셨겠어요

 

맞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쉬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고자 찾아보니, 경기문화재단에 좋은 취지의 공모가 많더라고요. 그중 '청년을 노래한다'는 저희 팀과 꼭 맞는 사업이었던 것 같아요. 시에스타 트리오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청년예술가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요. 또 '도민공감공연'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팀의 색깔과도 잘 맞는 것 같았고요. 결국 합격하게 돼서 귀중한 연주 기회를 얻었고, 다시 힘내고 일어설 수 있게 됐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번 공연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우선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동안 갑갑하고 지쳤을 관객분들에게 활력소가 되어드리고 싶었어요. 30분 정도의 짧은 공연이지만 보시고 나서 저희 팀 이름처럼 잠깐 동안 낮잠을 자고 일어난 듯, 누적된 피로가 풀리고 활기를 얻으셨으면 했죠. 다음으로는 '클래식'을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친근하게 느끼셨으면 했어요. 그래서 수동적으로 감상해야 했던 클래식 공연의 틀을 깨고 관객이 직간접적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도민분들께서 길을 걷다 우연히 저희와 마주치고, 어? 어디서 좋은 음악이 들리네? 하면서 발걸음을 멈추실 수 있다면 생생한 클래식 라이브를 선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에스타 트리오의 음악이 듣고 싶을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저희 '청년을 노래한다' 공연이 7월 4일 토요일 경기문화재단 상상캠퍼스에서 진행되고요. 두 차례 더 공연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립니다. 공연장소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꼭 찾아오셔서 클래식 버스킹을 즐겨주세요! 그리고 피아니스트 성정화로서는 8월 중순 '음악자서전쓰기&힐링피아노콘서트'를 온라인 콘텐츠로 보급할 예정이고요. 시에스타 트리오는 9월 중순쯤 '클래식으로 알아보는 MBTI' 공연을 촬영하고, 10월쯤 온라인 보급할 예정입니다. 연말에는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다른 장르와 융합한 참여형 클래식 공연도 준비 중이에요. 지쳐있는 분들께 힘이 될 수 있고, 흥미로운 공연들을 계획 중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먼저 좋은 취지의 무대를 만들어주신 경기문화재단 상상캠퍼스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고요. 공연 때마다 저희와 소통하면서 즐겨주실 도민 분들께도 미리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코로나19로 지친 분들께 저희 시에스타 트리오가 음악이라는 정신적 백신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건강해요, 행복해요 우리!


"이런 말이 너무 뻔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위축되고 가라앉을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예술인들이 거리두기 수칙을 지킨 안전한 공연, 온라인 공연 콘텐츠 배포 등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듯이 여러분도 안전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상을 지키며, 나름대로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시에스타 트리오, 피아니스트 성정화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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