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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노래한다] 한여름 낮잠 같은 클래식 앙상블 '시에스타 트리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세 분은 어떻게 팀을 구성하게 되셨나요?
2018년 5월쯤이었어요. 당시에 바이올리니스트 신희라 선생님께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 남부 지역에서 합주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연주자들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셨어요. 그 글을 제가 읽게 된 거죠. 저도 한참 연주에 목말라 있을 때였고, 가까운 지역에서 자주 만나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지라. 신희라 선생님의 글을 보고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이후 통화를 해보니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성도 비슷하고,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얼른 만나서 연주를 해보자고 약속했죠. 첼리스트 이윤희 선생님도 그렇게 합류하셨고, 세 명의 팀이 완성됐답니다.
팀 이름처럼 굉장히 달콤하고, 특별한 만남처럼 느껴지네요!
첫 만남부터 굉장히 설렜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에 만나자마자 바로 연주부터 맞춰봤던 기억이 나요.
세 분이 원하는 방향성이 같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던 건가요?
저희는 세명 다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길 바랐어요. 그래서 반드시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관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연주회를 기획, 연주하기로 결심했죠. 주로 학교나 유치원 같은 아이들이 있는 교육기관이나 공공기관, 기업에 악기를 들고 찾아가서 연주했어요. 또 관객 대상에 따라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밌는 해설을 덧붙였어요. 제가 MC 경험이 꽤 있어서 그 부분을 리드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선생님들도 취지에 동감해 주셔서 함께 레퍼토리를 고민하고, 지루하지 않은 공연을 만들고자 애썼던 것 같아요.
사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그걸 깨고 싶으셨군요
맞아요. 사실 정통 클래식은 다른 장르에 비해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음악이라서. 공연 중에 관객들이 기침 소리, 떠드는 소리도 내면 안되고 박수도 정해진 때 쳐야 한다는 매너가 있어요.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고,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죠. 저희는 그게 정말 안타까웠어요. 사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클래식이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처럼 누구나 가볍고 쉽게 즐기는 장르거든요. 우리나라도 국민들이 이렇게나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고, 의식 수준이 높은데 클래식도 얼마든지 쉽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클래식은 실내 공연이 익숙한 장르인데, 악기를 매고 밖으로 나오시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피아노가 좀 많이 무거워서 근육이 생기고 있지만(웃음). 클래식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을 타파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려면 연주자가 먼저 앞장서야 할 것 같아서 관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악기를 매고 야외로 다니고 있습니다.
시에스타 트리오는 주로 어떤 무대를 열고 계시나요?
기본적인 콘셉트는 '찾아가는 클래식 음악회'로 관객들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연주자들이 직접 찾아가서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하는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관객이 누구냐에 따라 콘셉트가 조금씩 달라져요. 어린이 관객에게는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 바흐의 '미뉴에트' 등 정서함양에 좋고 듣기 쉬운 클래식 곡들과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를 편곡해서 연주했고요. 청소년 관객에게는 음악사 설명과 함께 교과서에 나오는 반드시 알아야 할 클래식곡과 현재 유행하는 가요를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했어요. 성인이 많거나 관객이 불특정한 야외 버스킹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클래식이나 OST를 편곡, 연주해 그 곡이 나왔던 장면을 떠올리고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진행해왔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시에스타 트리오는 어떤 상반기를 보내셨나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다 힘드셨겠지만... 아티스트들은 정말 직격탄을 맞았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았고, 연주를 멈췄어야 했으니까요. 저희 팀에게도 코로나19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어요. 예정했던 공연들이 전부 취소되고, 2월부터 4월까지는 거의 백수 상태로 지냈죠. 정말 암담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청년을 노래한다'가 무척 반가우셨겠어요
맞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쉬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고자 찾아보니, 경기문화재단에 좋은 취지의 공모가 많더라고요. 그중 '청년을 노래한다'는 저희 팀과 꼭 맞는 사업이었던 것 같아요. 시에스타 트리오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청년예술가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요. 또 '도민공감공연'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팀의 색깔과도 잘 맞는 것 같았고요. 결국 합격하게 돼서 귀중한 연주 기회를 얻었고, 다시 힘내고 일어설 수 있게 됐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