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내에서는 '전문직'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잘못 알려져 있는 지식들을 바로잡아주거나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직군을 친근히 느끼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데요. 정보를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찾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져,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 또한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입니다. 법학, 효율적인 공부법 강의 등을 하고 계신 이윤규 변호사님인데요. 2019년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20만명의 구독자를 모은 수퍼 크리에이터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대학 제적이라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단기간에 사법고시 패스에 성공한 이 변호사님의 특급 노하우를 수퍼C가 취재해봤습니다.
수퍼C | 안녕하세요 이윤규 변호사님! 수퍼C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윤규 변호사입니다. 저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부에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로펌 소속 변호사로 소송, 법률자문 등의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유튜브, 저술, 방송활동 등을 통해 공부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수퍼C |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Dr.Law 이윤규 변호사'는 어떤 곳인가요?
법학 및 공부법 강의를 하면서 인간 이윤규의 일상을 보여드리는 채널이에요. '공부 스킬', '공부 마음가짐', '법학 강의', '브이로그'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집니다. '공부 스킬'은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공부법들을 수집하고 분석한 내용을 소개하는 카테고리입니다. 두꺼운 책을 통째로 외우는 방법이나 책 정리법, 암기력을 높이는 방법 등 제가 직접 해봤거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구성했어요. 기존의 공부법들은 감각이나 결과에 의존할 뿐,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보니 반응이 괜찮죠. 사실상 제 채널의 주력 분야입니다.
수퍼C | 이윤규 변호사님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원래는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학 강의와 공부법을 알려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법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차장검사님을 만났는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블로그를 하지 않고 유튜브를 한다, 심지어 모든 검색을 유튜브에서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이왕 같은 노력을 할 거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해서 2019년 1월 1일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수퍼C |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강의'를 열게 된 계기도 있으실 것 같은데
제 동생도 법조인은 아니지만 법대를 나왔기 때문에 제가 단기간의 준비로 시험에 합격한 노하우를 전달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법론, 지식, 체계 등을 모두 기록해뒀는데 동생이 시험 준비를 하지 않게 되면서 그 내용들을 유튜브를 통해 다른 분들께 가르쳐드리게 된 거죠. 또 저는 학부 때부터 대학 강의만으로는 시험에 대비할 수 없다는 불만이 있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고시생들이 따로 학원을 다니고, 시험 준비를 했죠.
그런데 막상 학원에 가도 지나치게 강의 수가 많고, 시험 유형과 관계없는 지식들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공부를 정말 재미없게 하려면 학원 강의를 들으면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변호사가 된다면 정말로 시험에 나오고, 꼭 필요한 지식들을 쉽게 알려줘야겠다는 결심을 했었어요.
수퍼C | 오롯이 후학들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법조인으로서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 할 사명감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법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 길을 먼저 간 사람으로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법학을 쉽고, 재밌게,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일인 것 같아요. 이런 측면에서 수년째 법학 교재도 집필하고 있습니다.
수퍼C | 공부도 스킬이라는 말이 인상 깊은데,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저도 어릴 적부터 공부를 해왔고 현재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라는 것은 너무 개인의 삶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공부를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동안 공부는 재능으로 하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거나, 그런 사고에 사로잡혀 포기하는 분들을 굉장히 많이 봤는데요. 저의 개인적 경험이나 믿음으로는 공부는 '사고의 근육'을 키우는 일입니다. 물론 머리가 좋으면 우월한 위치에서 시작하겠지만. 좋은 방법과 노력을 통해서라면 누구나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능동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어야 우리 삶도 즐거워지고 재밌어집니다!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수퍼C |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공부법'이란 어떤 것인가요?
자신의 지능, 상황, 목표를 분석해서 철저하게 자신을 위해 수렵한 공부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공부의 방향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것에서 벗어나서 정말 나에게 효율적인 공부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피부 타입에 따라 쓰는 화장품이 다르듯, 책 읽는 스타일에 따라 보는 책과 독서법도 달라져야죠.
수퍼C | 그렇다면 목표를 잡고, 동기를 찾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99%는 공부의 목표가 동일해요. 공부를 '잘'하는 것이죠. 그런데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굉장히 추상적이에요. 얼마만큼의 노력이나 시간, 목표, 분량이 필요한지 산정할 수 없죠. 시각을 달리해서 '이번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받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자주 나오는 문제를 반드시 맞혀야지', '가장 자주 나오는 것부터 통계를 내어보자' '기본적이고 쉬운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까', '총 400개의 문제 중에 100개를 공부하면 85점을, 50개를 더 공부하면 90점을 받겠구나', '먼저 쉽고 기본적인 100개를 하고, 남는 시간을 계산해서 50개를 더 해야겠다' 이런 식의 구체적이고 순차적인 목표가 있어야만 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과 결과를 받아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보니 구체적인 방법도 수립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수퍼C | 최근 많은 법조인이 유튜브를 시작하고 있는데, 변호사에게 유튜브 채널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유튜브 채널이 공부법과 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통로,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취지로 하시는 채널이 없지는 않지만 다른 변호사를 보면 취미, 업무 홍보,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수퍼C | 채널에서 공부법 외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원래는 '고독한 변호사'리고 해서 맛집이나 카페 등을 돌아다니며 먹방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그 꿈을 버리지 않았고요. 그것 말고도 현재 게임 블로그, 게임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은 제 채널에서 살리기 어려울 것 같고... 맛집 소개 정도는 브이로그의 일부로 한번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수퍼C | 이윤규 변호사님은 어떤 계기로 사법고시를 준비하셨나요?
아버지께서 법조인이셔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변호사의 꿈을 꾸게 됐습니다. 다만 중고등학생 때는 변호사가 아니라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희망한 적도 있었고, 미대나 음대에 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법과대학에 입학하게 됐죠.
학부 때는 '고시생'이라는 타이틀을 갖고는 있었지만 공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법시험 폐지 소식과 학부 제적이라는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러다가는 막연하게 미뤄뒀던 변호사라는 꿈을 영영 이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어려서부터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바람으로 사법고시 준비를 하게 된 거죠.
수퍼C | 대학 제적이라니,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현재도 모범생은 아니지만 학부 때는 게임에 미쳐 살았습니다. 강의는 거의 대리 출석을 부탁하고 중간, 기말시험만 치러 갔었죠. 그러면서 지는 것, 무시당하는 일은 싫어해서 재능이 있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열심히 포장했던 것 같아요. 실은 사법시험 준비라는 엄청난 두려움으로부터 항상 도망쳤고, 그 반사적인 결과로 PC방과 오락실을 전전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4학년까지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학교로부터 제적됐다는 통지까지 받게 된 거죠.
수퍼C | 이후 마음을 다잡고 시험을 준비하실 땐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굉장히 늦게 공부를 시작한 편이여서 효율적인 전략부터 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법대 도서관에 가서 2~3일 정도 과거 고시책을 찾아봤고, 인터넷을 통해 여러 수기를 모았습니다. 합격 수기를 읽고 간접 체험을 해서 시행착오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만을 위한 계획을 세운 후부터는 합격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봤습니다. 법대 4학년 때 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하루 8시간 공부, 3개월 만에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분이 계셔서 저도 똑같이 해보기로 했죠.
다만 제게 남은 시간은 그 절반인 1개월 반 정도였기 때문에 하루 16시간씩 공부했습니다. 식사와 쉬는 시간을 제외해보니 수면 시간이 3시간 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16시간씩 공부를 하고 잠을 3시간만 자면 정말 일어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몸에 책을 올려놓고 자기도 했고, 항상 침대 모서리에 누웠어요. 몸을 틀어서 굴러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졌기 때문이죠.
수퍼C |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길거리의 나무가 두 개로 보이고 이가 흔들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몸이 적응하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사법고시 준비를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다른 방법을 쓰는 만큼 불안함도 컸는데요. 이 불안함을 줄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수퍼C | 시험에 합격하셨을 때 기분도 굉장히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많은 합격수기에 적힌 말이 있습니다. '합격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엄청난 기쁨이 아니었다. 다만 다시는 이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일에 안도할 뿐이었다'인데요. 저도 비슷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모든 걸 쏟아부어서 결과를 얻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사법시험처럼 어려운 시험을 합격하려면 다른 사람보다 갑절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정해진 상한이 없기 때문에 정말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에 준하는 노력을 한 분들은 결과에 초연해지게 되고요.
그리고 그동안 정말 부모님 속만 썩힌 자식이었는데 드디어 작게나마 효도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퍼C | 만약 다시 공부를 하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법률 외 어떤 공부를 해보고 싶으신가요?
저는 지금도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만 두 분야 모두 재능이 없는데요(웃음). 하지만 미술 쪽은 현실적으로 도전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특히 실용미술, 디자인 같은 것들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저는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법조인으로서는 상당히 이색적인 경력을 쌓았습니다. 법무부장관의 대통령 보고 문서, PPT, 법무부 행사 백드롭, 법무부 발간 책자나 포스터를 제가 디자인했거든요. 다만 굉장히 단발적이었고,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암중모색을 했던 터라 어려움을 크게 겪기는 했습니다. 물론 그 덕에 값진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발전이 없었죠.
인문계 쪽으로 생각해보면 역사 공부가 하고 싶어요. 학부생 때 가장 많은 수업을 들었던 게 중국사, 서양사였거든요. 개인적으로 무슨 일을 할 때 통계를 통한 흐름이나 넓은 시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역사가 그런 면에서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수퍼C | 현재 활발하게 실무를 하고 계신데, 어떤 사건을 주로 맡으시나요?
사법연수원 수료 후에는 법무관으로 경남 지역의 행정소송 전체를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나니 형사소송 의뢰 건수가 많아진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유튜브를 운영하니까 인터넷을 통해서 상담이나 의뢰가 매우 빈번하게 들어오는 편이죠.
수퍼C | 현재 대입, 국가고시 등 공부를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입니다. 내가 내 행복을 위해 선택한 이 길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없다면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여러분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그것에 집중해 주시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찾으실 수 있게 되길 바라요. 매 순간이 가치 있고, 그것들이 모여 결과로 이어집니다.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결과도 즐거울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치열한 자기성장의 과정을 즐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수퍼C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
제가 운 좋게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유튜브, 책, 강연 등을 통해 공부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또 분에 넘치는 호응을 해주셔서 채널이 급속도로 성장을 하게 됐습니다. 항상 제가 구독자분들이나 인터뷰를 읽는 분들 앞에 설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제 말이나 지식들이 도움이 될지 되돌아보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해야 할 일', '주어진 일'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마음만큼 해드리지 못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럼에도 항상 저를 응원해 주시고 믿어주시는, 가치를 아껴주시는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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