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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리안 유튜버 지문 '긍정적인 힘이 필요할 때,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 황인솔 기자
  • 2020-08-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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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의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고, 성인이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히고 문화를 배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TCK(Third Culture Kids, 제3문화 아이들)'는 조금 다른 성장 과정을 겪게 됩니다. 2개 이상의 나라 속에서 자라며, 양쪽 문화를 흡수하면서 제3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 지문(본명 문지원)님은 자신을 멕시코와 한국의 TCK, '멕시코리안'이라고 소개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멕시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누구보다 양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분인데요. 이러한 문화 배경 때문에 상처받거나 힘든 날도 있었지만, 현재는 한국과 멕시코를 잇는 단단한 다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오리지널 타코맛'을 알려주고, 멕시칸들에게는 한국의 '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죠.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두 나라가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문님의 이야기.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유튜브를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SUPER MIC
VOL. 27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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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C | 안녕하세요 지문님! 수퍼C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문(본명 문지원)입니다. 저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가족 전체가 멕시코로 떠나 18살이 될 때까지 살았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대학에서는 비교문학과 문화를 전공했는데요. 그러면서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 졸업 후에는 뷰티 쪽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유튜버를 전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퍼C | 현재 운영하고 계신 채널 'Ji Moon'은 어떤 곳인가요?

제 채널은 멕시코, 한국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 대해, 한국인들에게는 멕시코에 대해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또 구독자들과 소통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친구처럼 즐거우면서도 언니처럼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퍼C | 지문님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일단 취미가 많고, 항상 제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대학교 4학년 때쯤 평소처럼 제 취미인 메이크업과 파워리프팅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유튜브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여행, 생활을 영상으로 담아서 혼자 보는 수준이었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다 보니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수퍼C | 지문님의 인생 이야기를 해볼게요. 스스로를 '멕시코리안'이라고 이야기하시는데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멕시코리안은 제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이에요. 저는 혈통 자체는 한국인이지만 문화 배경은 멕시코에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가 멕시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고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살게 되면서 한국에 대해 알게 됐고, 문화를 배우고 사랑하게 됐죠. 예전에는 멕시코, 한국 중 한 나라를 선택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제 자신이 두 나라의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졌더라고요. 그래서 '멕시코리안'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스스로가 멕시코리안이라는 걸 인정하고 이해한 이후로는 제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고, 한국에서의 문화 차이나 멕시코의 인종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게 됐어요. 저는 두 나라가 모두 자랑스럽다고 생각해요.



수퍼C | 태어나자마자 멕시코로 이민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에 아버지가 삼성에서 일하고 계셨는데요. 제가 태어나고, 멕시코로 발령이 나서 3개월 후에 바로 이민을 가게 됐어요. 이민을 간 후 얼마 안 돼서 퇴사하셨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저희 가족이 멕시코에 뿌리를 내리게 된 거죠.

수퍼C | 학창시절의 2년 정도는 미국에서 보내셨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멕시코의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가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정체성 혼란도 큰 몫을 했어요. 또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많았거든요. 멕시코에서 아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무언가 더 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중학교 때 부모님께 미국 기숙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열심히 설득했죠. 이때 심지어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했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저희 부모님은 꿈을 지원해 주시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고 9~10학년(한국 기준 고등학교 1~2학년)을 마칠 수 있었어요. 이때는 많은 사람들이 저를 한국인, 멕시칸이 아닌 그냥 '지원이'로 봐주고, 좋아해 줘서 정말 행복했어요.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운동을 하고, 많은 경험을 했죠.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수퍼C | 멕시코,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 과정이 2년 정도 남은 상황이었어요. 대학에 가면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많이 안 남은 것 같아서,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또 미국 학교가 너무 비싸서,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10대의 마지막은 멕시코에서 보내게 됐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바로 한국에 오게 됐는데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미국보다는 한국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 같아요. 또 한국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국에서 대학을 다녀보고 싶었고, 문화도 더 배우고 싶었고요.

수퍼C | 한국에 돌아온 후 적응하기까지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맞아요. 처음에는 정말 모든 게 힘들었어요.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한테 치여도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이런 이야기도 잘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다들 자기 삶에 너무 바빠 보이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모습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런 게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잘 안 갔어요. 또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하고, 짧게 대화를 하려고 해도 잘 받아주지 않으시더라고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게 익숙한 문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언어에 있어서도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한국어가 정말 서툴렀는데, 제가 영어로 말을 하고 있으면 "쟤는 영어 잘하는 걸 자랑하고 싶나 봐"라는 욕도 들었어요. 서툰 한국어를 따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 게 상처가 됐던 것 같아요. 제일 힘들었던 건 외모에요. 멕시코나 미국에서는 아무도 외모 지적을 안 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대놓고 외모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친구들끼리도 재미 삼아 그런 말을 하고... 서로에게 예쁜 말을 해주지 않는 게 힘들었죠.

수퍼C | 지문님이 생각하는 멕시코, 미국, 한국의 문화는 각각 어떻게 다르나요?

일단 한국은 훨씬 보수적이에요. 지금은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미국과 멕시코보다는 많이 보수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수적인 게 좋을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멕시코 사람들은 스킨십이 자유로워요. 잘 끌어안고, 다들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죠. 한국에서는 가까운 사이더라도 스킨십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공간에 대한 인식도 차이가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문화이지만 멕시칸들은 그렇지 않아요. 언어도 달라요. 한국의 언어가 조금 직접적인 편이고, 멕시코에서는 조금 더 돌려서 말하고 시적인 표현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어에 비해 답답한 편도 있지만... 라틴 언어가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기는 해요(웃음).

수퍼C | 지문님은 유튜브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으신가요?

크면서 정체성 혼란, 인종 차별, 문화 차이, 우울증, 불안함 등으로 항상 힘들었지만 도와줄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유튜버, 연예인을 통해 잠시 그런 생각을 잊거나 해소할 수는 있었지만 가까운 친구나 가족같이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구독자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영상 초반에 "Hola amigos!(안녕 친구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저를 유튜버가 아닌 친구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거예요. 저는 이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제 영상을 보는 분들께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거든요.


수퍼C | 지문님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보통 일상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휴대폰에 기록해놨다가 그 아이템을 언제 올릴지 계획한 다음 촬영 날짜를 잡아요. 보통 업로드 1주일 전이나 며칠 전쯤 실행에 옮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촬영 날짜가 잡히면 기획을 해요. 큰 아우트라인을 잡는 과정인데요. 어떤 구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어떤 장면을 넣을지 큼직큼직하게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상 촬영을 진행하는데요. 아직은 밖에서 촬영하는 게 부끄러워서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노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요. 기획한 대로 100% 똑같이 찍지는 않지만, 최대한 틀에 맞춰서 촬영하려고 노력해요.

영상 촬영을 마치면 편집을 하기 시작해요. 보통은 한 번에 2~3개의 콘텐츠를 동시에 편집하는데요. 일단 컷 편집을 먼저 하고, 자막을 다는 순서에요.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가 담겨있기 때문에 자막 작업이 제일 힘들고 오래 걸려요. 자막 작업까지 마쳤으면 제일 재밌는 부분이에요. 효과를 넣고, 영상을 저만의 스타일로 꾸미죠. 음악도 찾아 넣고, 재미 작업도 이때 넣습니다.

수퍼C | 콘텐츠의 성향에 따라 촬영, 편집 스타일도 조금씩 달라지겠네요?

맞아요. 제 일상을 보여주는 'Gvlog'는 기획 없이, 최대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신경 쓰면서 촬영해요. 모든 촬영이 끝나면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저만의 스타일로 편집해서 업로드합니다. '멕시코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점이 궁금할까?', '한국에서 하루 종일 스페인어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기획 영상들은 제가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항상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찾고 있어요. 유튜브를 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셈이죠.


수퍼C | 멕시코 안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어렸을 때만 해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일본인, 중국인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죠.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50%는 모르고 50%는 북한에서 왔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어요. 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제 모습이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싸이 '강남스타일' 이후로 한국이 알려진 것 같아요. K pop 문화가 알려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됐죠. 이제는 더 이상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묻지 않고, 바로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보고 있습니다(웃음).

수퍼C | 지문님이 올리는 '한국 영상'을 보면 어떤 반응이 오나요?

제 영상을 보는 멕시칸들은 한국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 영상을 올리면 더 많은 부분을 궁금해하고, 신기해하고 좋아해요. 아무래도 한국 드라마에서 비치는 모습과는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많은 멕시칸들이 한국에 놀러 오고 싶어 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해요. 제 영상을 보면서 '나도 한국에서 살 수 있겠다', '나도 지문이처럼 적응해서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한다고 해요.

수퍼C | 한국을 잘 모르는 멕시칸에게 지문님이 꼭 소개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멕시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운 나라에요. 제대로 못 놀고, 보수적이고, 외모에만 신경 쓰고, 스트레스 많은 나라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재밌는 점도 많죠. 무엇보다 한국인에게는 '정'이 있어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사람들이 스킨십을 잘 안 한다고 해서 불친절한 건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정을 알게 되면 멕시코 사람들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한국은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웃음). 멕시칸과 한국인은 입맛이 비슷해요. 고기 좋아하고, 매운 걸 잘 먹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죠.



수퍼C |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알려주고 싶은 멕시코 문화는 무엇인가요?

역시 멕시코 하면 타코죠! 그런데 한국에서 파는 타코는 진짜 타코가 아니에요. 훨씬 더 맛있는 타코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안 팔아서 아쉬워요. 많은 한국 분들이 멕시코를 떠올리면 영화 때문인지 마약, 총, 사막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멕시코는 도시, 산, 숲, 바다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곳이고 깊은 역사를 갖고 있어요. 정말 정말 좋은 곳이기 때문에 공부해보고, 놀러 가볼 만한 곳이에요.

수퍼C | 최근 유튜브 채널 10만 명을 달성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구독자가 2000명이 됐을 때도,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이 2000명이나 된다는 생각에 정말 놀랐거든요. 그때는 절대 10만 명을 달성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친구들에게 공약을 걸기도 했는데, 이렇게 빨리 10만 명이 될지 몰랐어요. 지금도 조금 얼떨떨해요. 내가 해냈다는 느낌보다는, 저를 좋아해 주고 구독해 주신 분들 덕분에 이만큼 왔다고 생각해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수퍼C |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요즘은 유튜브를 하기 위해 무슨 카메라가 필요하고, 돈이 있어야 하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도 못하시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트라는 단어가 만들다는 뜻인데 꼭 좋은 카메라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단은 창작 활동을 시작해보세요. 시작만 하면 다른 것들은 다 따라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이유를 여쭤보고 싶어요.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면 다른 이유나 핑계가 필요하지 않겠죠. 그냥 콘텐츠를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싶은 게 진짜 목적이라면 다시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는 연예인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니까요.

수퍼C |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

더 많은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세상이 변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분들에게도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복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영상을 통해 행복한 감정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스페인어를 모르거나 멕시코에 관심이 없더라도, 제 채널에 놀러 오세요! 긍정적인 힘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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