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C | 안녕하세요 김신영 작가님, 수퍼C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매일 퇴사를 꿈꾸지만 여전히 출퇴근을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이번에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 김신영이라고 합니다.
수퍼C | 이번에 내신 책은 어떤 도서인가요?
두 차례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한 '김 사원'이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거침없이 뱉어 놓은 책입니다. 읽으면서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수퍼C | 두 번의 퇴사를 겪으셨다고 했는데, 어떤 일들이 선을 넘는 행위였나요?
크게 보면 강제적인 회식 문화나 성희롱,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될 것 같아요. 회식이 끝나면 과장님이 전화를 걸어서 오빠가~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사용한다던가. 어쩌다 치마를 입으면 김 사원 예쁘네, 생각보다 말랐네 같은 이런저런 평가를 내뱉기도 했죠. 어떤 분은 "여자는 다리만 예뻐도 평균 이상은 가는데 내 딸은 다리가 날 닮아서 큰일이다, 나중에 치마를 입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제 앞에서 하더라고요. 그것 외에도 잘했다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 같은 것들이 선을 넘는 행위 같았어요.
수퍼C |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책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두 번의 퇴사를 겪으니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었어요. 내가 이상하고 잘못해서 퇴사를 했나 자책하는 시간도 길었고. 또 혼자 있으면 계속 지난 직장 생활 경험이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듯이 생각나더라고요. 한동안 굉장히 울적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많이 찾아서 읽게 됐어요. 저에게는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방법이 독서나 글쓰기였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때마침 주변에 출판 준비를 하시던 분이 계셨어요. 그분을 보면서 나도 한 번 직장 생활 경험을 글로 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퇴근 이후 바로 카페에 달려가서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주말까지 최대한 줄여서 원고 작업을 했어요. 완성된 원고를 제안서처럼 만들어서 에세이를 출간해 줄 출판사를 찾아 투고했고요. 그중에서 제 책에 가장 애정을 보여주고 잘 만들어줄 출판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수퍼C | 책을 쓰면서 전 직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위로가 되셨나요? 아니면 더 아프지는 않으셨는지
글을 쓰면서 계속 기억을 끄집어내다 보니까 화도 나고,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책에는 굉장히 가볍게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냈지만 사실 원고를 쓰면서 매일 울었어요. 그런데 글을 읽어보시면, 제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면서 스스로 변호하듯 쓴 글이거든요. 그렇게 계속 써 내려가니까 어느 순간 제가 되게 기특하더라고요. 이렇게 힘들었는데 그동안 잘 버텨줬구나, 퇴사가 절대 내 탓만 아니구나 하고요. 원고를 마치는 순간에는 오히려 많이 치유가 됐고 나쁜 경험까지도 오롯이 다 끌어안을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수퍼C | 만약에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직접 전달했다면 그 상황을 바꿀 수 있었을까요?
뱉어냈다면 더 퇴사가 빨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상황을 바꿀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그렇게 쉽게 들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제 마음을 조금 더 다르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해요. 한 조직 안에 있으면 사회 초년생 같은 경우에는 내가 이 상황이 기분이 나쁜데, 왜 나쁜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신의 감정이 객관화가 잘 안되는 거죠. 지금의 제가 그 상황을 다시 맞이한다면, 내가 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지 상사들과 이성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았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막말이나 나쁜 평가를 마구 퍼부어도 그 말을 튕겨낼 힘이 있지 않았을까 했고요.
수퍼C | 이번 책이 신영님의 사회 초년생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책이잖아요. 굉장히 큰 의미를 갖고 계실 것 같아요
네 의미가 크죠. 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된 거니까 그동안의 경험이 절대 쓸모없지 않고 굉장히 값지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살면서 앞으로도 실패하고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그게 다 내 책이 될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 두려움도 많이 줄고, 주어진 시간을 더 의미있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퍼C | 신영님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반성보다는 제 욕을 더 많이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당사자들은 제게 그렇게까지 잘못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하는 행동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믿고 싶고요. 저도 그 당시에는 그걸 해결하려는 마음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더 컸고요. 이 책을 통해 무조건 상사들이 잘못했다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대신 이 행동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라는 경각심을 갖고 조금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직장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퍼C | 갓 나온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기다렸던 책이 나오니까 많이 기뻤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됐던 것 같아요.
수퍼C | 지금은 새로운 회사로 이직해서 잘 다니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새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
그동안 다녔던 회사와는 다르게 권위적인 조직문화는 아닌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무례한 요구에 대해 딱 잘라서 거절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기도 했고요.
수퍼C | 신영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장 동료의 관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같이 일을 하는 동료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강아지처럼 훈련시켜야 하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로 보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회사는 다 같이 업무적으로 보조를 맞춰가는 곳인데, 내 밑에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서로 실수하기 쉬운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서로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겠죠.
수퍼C | 다음 책을 쓰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신가요?
사실 당분간은 회사만 다니면서 쉬고 싶은데요(웃음). 이 책이 사이다 같은 역할이었다면 다음 도서는 조금 포근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연애 에세이도 좋은 소재인 것 같아 고민 중이에요.
수퍼C | 업무 외적 감정으로 상처받고 있는 사회 초년생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신다면
사실 자신에게 계속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거리를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싫어도 자꾸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물리적인 거리를 두진 못하더라도 심리적인 거리는 멀리 떨어뜨리는 연습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업무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분들께는 최대한 이성적인 말로 대하는 연습을 하시는 게 좋아요. 더불어 못된 말들에는 짧은 대답이나 침묵으로 일관되게 반응하시는 것도 효과가 있겠죠. 회사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좋게 지내려는 마음보다는 업무에 더 집중하시고, 공적으로 대하는 연습을 하시면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퍼C | 조금 오글거리지만 해볼게요! 이 책의 주인공인 과거의 신영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영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단다. 모든 게 너에게 더 잘 맞는 길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야. 지치지 말고 계속하면 괜찮아지는 순간이 올 거야. 결코 네가 이상하거나 잘못돼서 한 경험이 아니란다. 힘내렴!(웃음)
수퍼C | 가슴속에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글로 옮기지 못한 예비 작가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사람들이 유독 글, 그림 같은 예술적인 분야에 대해서 재능 있는 사람들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특히나 글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글로 옮기고 원고를 끝마치기까지 인내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킷리스트로 남겨두지 마시고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수퍼C |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한번 제 책이나 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평범한 사람의 인터뷰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