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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작가 '힘들었던 직장 생활, 작가로 발돋움하게 해줬죠'

  • 황인솔 기자
  • 2020-08-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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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속에는 감정과 이성이 만든 '선(線)'이 있습니다. 이 선에는 개인적 성향, 자라온 환경, 종교적 신념, 문화 배경, 사회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섞여있는데요. 각자가 갖고 있는 선 색깔이나 굵기는 모두 다르지만 규칙은 같습니다. 바로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선은 누군가를 대할 때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최후의 벽이 되기도 합니다. 내 안에 선이 있듯, 타인에게도 선이 있기 때문에 이를 지켜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면 이 선을 줄넘기하듯이 넘나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막역한 친구 사이에도 안 할 이야기, 서슴없이 선을 넘는 행동. 분명 선을 넘은 것은 저쪽인데 내 감정만 곪아가는 걸 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고민되기도 합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그러한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분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면서 쌓였던 감정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 기록한 크리에이터이기도 한데요. 최근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이라는 책을 출간, 작가 데뷔에 성공한 김신영 작가님을 만나봤습니다.


SUPER MIC
VOL. 21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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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C | 안녕하세요 김신영 작가님, 수퍼C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매일 퇴사를 꿈꾸지만 여전히 출퇴근을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이번에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 김신영이라고 합니다.

수퍼C | 이번에 내신 책은 어떤 도서인가요?

두 차례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한 '김 사원'이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거침없이 뱉어 놓은 책입니다. 읽으면서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수퍼C | 두 번의 퇴사를 겪으셨다고 했는데, 어떤 일들이 선을 넘는 행위였나요?

크게 보면 강제적인 회식 문화나 성희롱,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될 것 같아요. 회식이 끝나면 과장님이 전화를 걸어서 오빠가~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사용한다던가. 어쩌다 치마를 입으면 김 사원 예쁘네, 생각보다 말랐네 같은 이런저런 평가를 내뱉기도 했죠. 어떤 분은 "여자는 다리만 예뻐도 평균 이상은 가는데 내 딸은 다리가 날 닮아서 큰일이다, 나중에 치마를 입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런 말을 제 앞에서 하더라고요. 그것 외에도 잘했다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 같은 것들이 선을 넘는 행위 같았어요. 

수퍼C |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책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두 번의 퇴사를 겪으니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었어요. 내가 이상하고 잘못해서 퇴사를 했나 자책하는 시간도 길었고. 또 혼자 있으면 계속 지난 직장 생활 경험이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듯이 생각나더라고요. 한동안 굉장히 울적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많이 찾아서 읽게 됐어요. 저에게는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방법이 독서나 글쓰기였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때마침 주변에 출판 준비를 하시던 분이 계셨어요. 그분을 보면서 나도 한 번 직장 생활 경험을 글로 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퇴근 이후 바로 카페에 달려가서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주말까지 최대한 줄여서 원고 작업을 했어요. 완성된 원고를 제안서처럼 만들어서 에세이를 출간해 줄 출판사를 찾아 투고했고요. 그중에서 제 책에 가장 애정을 보여주고 잘 만들어줄 출판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수퍼C | 책을 쓰면서 전 직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위로가 되셨나요? 아니면 더 아프지는 않으셨는지

 

글을 쓰면서 계속 기억을 끄집어내다 보니까 화도 나고,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책에는 굉장히 가볍게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냈지만 사실 원고를 쓰면서 매일 울었어요. 그런데 글을 읽어보시면, 제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면서 스스로 변호하듯 쓴 글이거든요. 그렇게 계속 써 내려가니까 어느 순간 제가 되게 기특하더라고요. 이렇게 힘들었는데 그동안 잘 버텨줬구나, 퇴사가 절대 내 탓만 아니구나 하고요. 원고를 마치는 순간에는 오히려 많이 치유가 됐고 나쁜 경험까지도 오롯이 다 끌어안을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수퍼C | 만약에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직접 전달했다면 그 상황을 바꿀 수 있었을까요?

 

뱉어냈다면 더 퇴사가 빨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상황을 바꿀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그렇게 쉽게 들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제 마음을 조금 더 다르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기는 해요. 한 조직 안에 있으면 사회 초년생 같은 경우에는 내가 이 상황이 기분이 나쁜데, 왜 나쁜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신의 감정이 객관화가 잘 안되는 거죠. 지금의 제가 그 상황을 다시 맞이한다면, 내가 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지 상사들과 이성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았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막말이나 나쁜 평가를 마구 퍼부어도 그 말을 튕겨낼 힘이 있지 않았을까 했고요.

 

수퍼C | 이번 책이 신영님의 사회 초년생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책이잖아요. 굉장히 큰 의미를 갖고 계실 것 같아요

 

네 의미가 크죠. 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된 거니까 그동안의 경험이 절대 쓸모없지 않고 굉장히 값지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살면서 앞으로도 실패하고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그게 다 내 책이 될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 두려움도 많이 줄고, 주어진 시간을 더 의미있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퍼C | 신영님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반성보다는 제 욕을 더 많이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당사자들은 제게 그렇게까지 잘못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하는 행동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믿고 싶고요. 저도 그 당시에는 그걸 해결하려는 마음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더 컸고요. 이 책을 통해 무조건 상사들이 잘못했다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대신 이 행동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라는 경각심을 갖고 조금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직장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퍼C | 갓 나온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기다렸던 책이 나오니까 많이 기뻤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됐던 것 같아요.

 

수퍼C | 지금은 새로운 회사로 이직해서 잘 다니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새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

 

그동안 다녔던 회사와는 다르게 권위적인 조직문화는 아닌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무례한 요구에 대해 딱 잘라서 거절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기도 했고요. 

 


 수퍼C | 신영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장 동료의 관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같이 일을 하는 동료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강아지처럼 훈련시켜야 하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로 보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회사는 다 같이 업무적으로 보조를 맞춰가는 곳인데, 내 밑에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서로 실수하기 쉬운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서로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겠죠.

수퍼C | 다음 책을 쓰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신가요?

사실 당분간은 회사만 다니면서 쉬고 싶은데요(웃음). 이 책이 사이다 같은 역할이었다면 다음 도서는 조금 포근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연애 에세이도 좋은 소재인 것 같아 고민 중이에요.

수퍼C | 업무 외적 감정으로 상처받고 있는 사회 초년생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신다면

사실 자신에게 계속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거리를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싫어도 자꾸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물리적인 거리를 두진 못하더라도 심리적인 거리는 멀리 떨어뜨리는 연습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업무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분들께는 최대한 이성적인 말로 대하는 연습을 하시는 게 좋아요. 더불어 못된 말들에는 짧은 대답이나 침묵으로 일관되게 반응하시는 것도 효과가 있겠죠. 회사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좋게 지내려는 마음보다는 업무에 더 집중하시고, 공적으로 대하는 연습을 하시면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퍼C | 조금 오글거리지만 해볼게요! 이 책의 주인공인 과거의 신영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영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단다. 모든 게 너에게 더 잘 맞는 길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야. 지치지 말고 계속하면 괜찮아지는 순간이 올 거야. 결코 네가 이상하거나 잘못돼서 한 경험이 아니란다. 힘내렴!(웃음)

수퍼C | 가슴속에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글로 옮기지 못한 예비 작가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사람들이 유독 글, 그림 같은 예술적인 분야에 대해서 재능 있는 사람들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특히나 글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글로 옮기고 원고를 끝마치기까지 인내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킷리스트로 남겨두지 마시고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수퍼C |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한번 제 책이나 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평범한 사람의 인터뷰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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