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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유튜버 CG맨 '10년 헤매며 찾은 지름길, 아낌없이 알려 드릴게요'
수퍼C | CG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 같은데, 개념은 무엇이고 어떤 작업을 하는 건가요?
전체 | CG는 컴퓨터를 이용한 '아트웍'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를 위해 컴퓨팅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물은 영화, 광고, 드라마, 전시영상, 유튜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사용되고 있고요.
수퍼C | 가장 많이 진행하는 CG는 어떤 종류인가요?
전체 | CG 중에서 리얼리티 기반의 CG를 '생활 CG'라고 하는데요. 한국, 중국 미디어 업계에서는 생활 CG 작업이 많은 편이에요. 저희는 작업물 안에서 'CG 티가 나지 않게' 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고요. 미국 할리우드 영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활 CG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매력 있는 작업이죠.
수퍼C | 참여하셨던 아트웍은 어떤 것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CG맨 | 영화 '택시운전사(2017)'에 참여했던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택시운전사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촬영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 속 시대는 1980년대라 결과물에서 현대의 느낌을 지워야 했죠. 그 작업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수퍼C | 영화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도 있으실 것 같은데
CG맨 | 영화에서 주인공 만섭(송강호 분)이 한강을 건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정표를 보면서 건너는 신인데 그게 차 안에 있는 카메라로 촬영된 거라 흔들림이 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 이정표, 한강 다리, 현대 빌딩, 앞에 가는 최신식 자동차 등을 다 지워야 했어요. 컴퓨터에 아주 미세한 움직임들 데이터화해야 했는데, 정말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 이정표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관객들이 "왜 흔들리지? CG인가? 튀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그 장면이 2초 정도였는데 작업을 다 하는 데까지 한 달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수퍼C | 택시운전사 외에도 자신 있는 작품, 대표 작업물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CG맨 | 사실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현재 진행 중인 '특송(2020 개봉 예정)'이라는 영화입니다. 그간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비주얼적으로 독보적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세계적으로 흥행한 '기생충(2019)'에 나온 박소담 배우와 정현준 아역배우가 나와 괜스레 자부심이 생기는 작품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역대 최대 분량의 크로마키 합성 컷을 맡게 됐는데 이 크로마키가 나름 난이도 있는 영역이고,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작업자도 많지 않다 보니 한층 더 발전하는 과정과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토이리 | 저는 자신 있는 작품을 말하기가 좀 뭐 한데, 작업을 하고 나서도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시간이나 인력, 장비 등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업물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굳이 꼽자면 '반등자(攀登者, 2019)'라는 중국 영화 작업이 기억납니다. 3D 자동차, 3D 건물 신 작업을 했는데 짧은 기간 안에 퀄리티 있는 그래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몇 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동시에 일했었죠.
수퍼C | 다루는 소프트웨어도 굉장히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툴을 사용하시나요?
CG맨 | 제 경우에는 아무래도 다양한 회사를 경험하다 보니, 각 회사마다 사용하는 툴들에 적응해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토이리 | 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여러 작업을 하면서 제너럴리스트가 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루게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각 회사들에서 사용했던 툴들을 나열해보면 이렇습니다. 포토샵, 일러스트, 애프터이펙트, 마야, 맥스, 시네마4D, 누크, Substance Painter, Zbrush, Vred, Unreal, Unity, CrayEngine...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잠깐 사용했던 툴까지 모두 나열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수퍼C | 그동안 봤던 미디어아트, 영화, 드라마 등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CG 신 한 장면을 꼽는다면?
CG맨 | 저는 '매트릭스2(2003)'의 1:100 전투신입니다. 웬만한 롱테이크 촬영은 다 인상 깊게 보는 편인데 이 장면은 연출, CG, 롱테이크 기법 모두가 훌륭했던 것 같아요. 특히 당시 기술력을 생각해 보면 정말 잊을 수 없는 장면이죠. 영화 CG 일을 하고 싶다는 불씨를 지핀 작품이기도 하고요.
토이리 | 인상 깊은 CG 신을 말하려면 정말 많은데...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닥터스트레인지(2016)'에서 '딱밤 신', 그리고 '에이션트 원 전투신'이네요. CG 실무자로서 CG가 들어간 영화들을 보면 어떻게 작업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 장면들은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놀라운 작업이었어요.
수퍼C | 약간 난해할 수 있는 질문인데요, '좋은 CG'란 무엇일까요?
전체 | 글쎄요... CG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과 레퍼런스부터 시작해서 기술을 초월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CG는 아무래도 아티스트가 본인의 역량과 그 이상을 모두 쏟아부어서 만든 CG가 좋은 CG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퍼C | CG 업계에도 트렌드가 있을 텐데, 2020년 가장 핫한 CG 분야는 무엇인가요?
전체 | 최근 CG 업계에서는 언리얼을 이용한 실시간 렌더링 방식의 도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렌더링이란 우리가 만든 3D 작업물이 눈으로 보는 영상으로 출력되는 과정인데, 이미지 한 장에 몇 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항상 골칫거리로 여겨졌죠. 최근에는 게임 엔진을 이용해 즉시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바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CG 분야의 게임엔진 도입은 상당히 매력적인 면이라고 생각해요.
수퍼C | CG를 배우고 싶은 '병아리' 학생에게 이것부터 시작하라고 말씀해 주신다면
전체 | 일단 본인이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지부터 물어보고 싶어요. 사실 무엇을 시작하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즉흥적으로 흥미를 느껴서 시작한다기보다는 많은 고민과 절실함으로 시작한 분들이 더 오랫동안 살아남게 되는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어떻게 시작하던지 좋은 결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CG맨 채널의 영상을 꼭 시청해 주시고, 방향성을 잡아보세요!
수퍼C | CG 기술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전체 | CG 기술자이기보다는 CG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단순히 기술을 베끼고 카피하는 데 그치거나 기능을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나만의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혼을 불어 넣는다고 할까요? 그런 생각으로 이 분야에서 일을 하시다 보면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퍼C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전체 | 저희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크리에이터지만 이렇게 인터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퍼C의 기운을 받아서 더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고,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채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수퍼C 매거진이 많은 크리에이터 분들께 필요한, 그리고 어떤 크리에이터라도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는 매거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