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은 4월. 하얗게 물들었던 목련 나무에 푸른 잎이 돋아나고, 벚나무 아래에는 꽃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꽃잎이 떨어질 때쯤엔 봄이 가고 새 여름이 찾아오겠죠. 이렇게 아름다운 날, 마음껏 즐겨도 아쉬운데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기분도 우울해지고 괜스레 화가 울컥 치밀어 오릅니다. 이럴수록 찾게 되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캠핑 영상인데요.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바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소나무 숲... 그리고 그 안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내는 캠퍼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캠핑 전문 크리에이터 '사랑애'님입니다. 11년차 의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사랑애님은 주말이 되면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자연 속으로 떠나신다고 해요. 그러면서 자신의 캠핑 일지를 콘텐츠로 만들고, 다른 이들에게 대리 힐링을 선사하고 계신데요. 사랑애님이 캠핑을 콘텐츠로 만들게 된 이유, 그리고 왜 그렇게 캠핑에 흠뻑 빠져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인터뷰 내용으로 확인해보세요!
수퍼C | 안녕하세요 사랑애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랑애'라는 캠핑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애선입니다. 11년차에 접어든 디자이너이자 캠핑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수퍼C | 스스로를 캠핑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고 계신데요, 어떤 디자인인가요?
의류 디자인을 하고 있고요. 캐주얼 브랜드에서 아우터, 셔츠, 팬츠 등 남성복을 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전공이 패션 디자인이다 보니 졸업 후에도 꾸준히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수퍼C |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은 어떤 곳이고, 어떤 콘텐츠로 채우고 있는지도 소개해 주세요
사랑애 채널은 정확히 말씀드리면 '백패킹' 채널이에요. 물론 오토캠핑도 즐겨 하지만 저는 백패킹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채널로 만들고 있습니다. 캠핑이다 보니 대부분 1박 2일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고요. 1박 2일의 여정을 영상 안에 모두 담아서 하나의 콘텐츠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수퍼C |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네 명확한 계기가 있어요. 아웃도어 취미 활동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SNS 활동을 열심히 하실 거예요. 저 역시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고, 민둥산에 솔캠을 갔을 때 인스타그램 친구인 '다람쥐'라는 분을 만났어요. 그때 이미 다람쥐님은 유튜브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었고 저는 그 당시에는 계정도 없는 '유알못'이였죠.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영상 촬영하시는 걸 보고 너무 신기했고, 처음으로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후 집으로 돌아와 캠핑으로 유명한 다람쥐, 도토리TV 채널을 찾아본 뒤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캠핑을 할 때 사진만 몇 장 찍어 남겼지만 이분들은 영상을 찍고, 편집하면서 하나의 명확한 추억을 만들고 계셨던 거죠. 그래서 저도 영상을 찍어서 캠핑 기록을 해보자는 결심이 들었고, 현재 사랑애라는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수퍼C | 캠핑을 처음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요?
꽤 오래전 일 같아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8년~9년 전인 것 같네요. 처음에는 장비도 없었고, 지인을 따라다니면서 캠핑을 시작했어요.
수퍼C | 캠핑에 푹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솔직히 처음에는 캠핑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여러 번 경험을 해봤을 때도 말이죠. 그냥 단순히 밖에 나와서 장작을 태우거나 밥을 해먹는 일 정도로만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백패킹이라는 걸 배웠고, 이를 시작하면서 캠핑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냥 맨몸으로 산에 올라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건데 박배낭을 매고 땀을 흘려가며 정상에 도착하면 말도 못 할 성취감을 느끼죠. 힘들수록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텐트문을 열고 일출을 볼 때, 그 순간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캠핑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수퍼C | 얼마나 자주 캠핑을 떠나고 계시나요?
저는 거의 매주 캠핑을 가요. 주말에 별일이 없다면 그냥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퍼C | 여성 혼자 숲에 가거나 낯선 곳에서 1박을 하는 것이 무섭지는 않으신지
저에게 숲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에요. 제가 워낙 천성이 겁이 없기도 하지만, 공포심을 이겨내는 방법도 있었어요. 아무리 겁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둑어둑한 밤에 혼자 있다 보면 공포심이 몰려올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지금은 밤이 아니라 새벽이다, 곧 있으면 해가 뜰 것이고 무섭다고 생각하면 더 무섭다"라고 자기 최면을 계속 걸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을 더 느끼려고 하죠. 그러면 정말 거짓말처럼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수퍼C | 흔히 '불멍'이라고 하는데요. 불을 피워 놓고 가만히 바라보자면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나시나요?
저는 불멍을 참 좋아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바라봐요. 또 불을 피워놓고 일행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항상 캠핑 가기 전에 복잡한 일이 있으면 "이번에는 캠핑을 가서 머릿속으로 정리 좀 하고 와야지"라고 마음먹고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요. 항상 실패해요. 그냥 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거든요. 또 불을 바라보면 원적외선이 나오기 때문에 눈에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눈을 크게 뜨고 "시력아 좋아져라~ 좋아져라~"라는 단순한 생각을 많이 해요.
수퍼C |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야외에 나와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도 먹고 고기도 구워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화목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저는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가는 걸 좋아해요.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일몰, 일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캠핑장이나 백패킹을 갈 때는 항상 주변 풍경을 보고 가곤 하죠. 해 뜰 무렵 여명이 올라오는 걸 보는 것도 좋고, 해가 보이기 시작할 때 새들이 소란스럽게 지저귀는데 그것도 너무 귀여워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새들은 정말 부지런한 것 같아요. 그런 새들보다도 제가 먼저 일어났을 때 뿌듯함이 들어요.
수퍼C | 그동안 다녀왔던 캠핑 장소 중, 딱 한 군데를 추천해 주신다면?
저는 사실 캠핑장은 많이 다녀 보지 않았어요. 여러 군데를 다니기보다는 가봤던 곳을 또 가고 또 가고 하는 편이에요. 그중에 딱 한 군데만 추천한다면 '갈천 오토캠핑장'을 추천드려요. 캠핑장 건너편은 도로여서 차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캠핑장 안쪽은 자연이 느껴져서 자주 찾는 것 같아요. 사실 이곳보다 더 좋은 곳도 많을 텐데, 제가 갈천을 자주 찾는 이유는 성수기를 제외하면 정말 조용해요. 요즘 유튜버 분들도 많이 다녀가셔서 캠퍼들이 많아진 느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너 좋은 분들만 오시는지 조용히 즐길 수 있거든요.
수퍼C |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어떤 장비부터 구입해야 하나요?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는 텐트, 매트, 테이블, 의자, 버너, 침낭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요즘은 차박이 트렌드인데, 장비 사는 게 부담되신다면 차박으로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텐트만 빠져도 장비 구매 비용에 부담이 덜어지니까요.
수퍼C | 캠핑을 할 때 주의사항, 꼭 알아야 하는 규칙이 있나요?
일산화탄소 질식사에 주의해야 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철칙이에요. 안타깝게도 매년 일산화탄소 질식사 고가 일어나고 있거든요. 텐트 안으로 숯을 넣고 잔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되세요. 그래서 난방이 필요한 겨울에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항상 켜놓고 주무시길 추천드려요. 숯뿐만 아니라 화목난로 역시 사용하시는 데 주의사항이 필요하니 이런 점은 꼭 알아두시길 바라요.
수퍼C | 사랑애님은 캠핑 영상을 만들 때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저는 영상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어디를 갈지 먼저 정해요. 여행의 시작과 동시에 촬영을 하는데 계획 없이 자연스럽게, 무작정 찍는 편이에요. 그 다음 편집을 하는데 촬영한지 며칠 지나서 하는 것과 바로 시작을 하는 건 차이가 커요. 그때의 그 느낌을 살리려면 바로 작업을 해야 하더라고요. 편집도 영상 소스를 보면서 그때그때 폰트, 효과를 다르게 넣고 있어요. 그래야 뭔가 다양해 보이면서도 지겹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수퍼C | 만 1년 간 30개의 영상으로 1만9000여명의 구독자를 모으셨어요. 만족하고 계시나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땐 구독자가 3명이었어요. 그때도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처음에는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고, 단순히 나의 여행을 기록해보자는 목표로 시작했기 때문에 1만9000명은 정말 꿈의 숫자에요.
수퍼C | 유튜버로서 사랑애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다른 분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영상 안에 캠핑과 장비에 대한 정보를 담아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죠.
수퍼C | 평소 캠핑에 관심이 많았지만 떠날 용기가 없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캠핑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실 거예요. 무작정 장비를 사지 않아도 렌털 서비스가 있으니 친구나 지인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경험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퍼C | 유튜버를 꿈꾸는 수퍼C 독자들에게
유튜브를 하면서 얻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아요. 기쁜 만큼 좌절, 속상한 일도 함께 따라오더라고요. 첫 번째 당부는 악플 견디기예요. 좋은 마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제 콘텐츠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 마음 상하는 말을 던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악플들에 대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걸 먼저 알고 시작을 하신다면 스스로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거예요. 두 번째는 목표 설정이에요. 내가 왜 유튜브를 시작했는지,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세 번째는 나와의 싸움이에요. 유튜브를 하다 보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고 해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야 할 때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1인 기업이라고 생각하시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유튜버가 되시길 바라요.
수퍼C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저는 지금까지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배워 가면서 했어요. 지금 보면 내가 왜 이런 영상을 만들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사랑애님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힐링하고 갑니다"와 같은 댓글을 보면 세상 뿌듯하더라고요. 이렇게 부족한데도 제가 영상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는 정보를 주고, 대리 힐링을 하게 해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참 좋았어요. 이제는 영상 촬영이나 편집에 조금 요령이 붙었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도 구독자분들을 위해 더 나은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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