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趣味)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즐거움을 얻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기 때문에 효율성이나 숙련도와는 관계없이 스스로가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행위죠. 그런데 최근에는 자신의 취미활동을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들의 기록을 넘어서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정보 전달, 즐거움 등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 '와디'님은 그중에서 신발, 특히 운동화 수집을 취미로 삼고 열중하고 계신 분입니다. 어려서부터 운동화를 좋아했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본업만큼이나 애정을 쏟고 계시다고 하는데요. 왜 운동화라는 취미를 선택했는지, 또 어떻게 영상을 만드는지 물어봤습니다.
수퍼C | 안녕하세요 와디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와디의 신발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와디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두 아들의 아빠이자 한 여성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수퍼C | 와디라는 활동명은 무슨 뜻인가요?
사실 굉장히 단순한데요. 제 본명의 이니셜이 YD입니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과 소통할 때는 본명 발음을 어려워해서 저를 YD라고 소개하는데, 이 이니셜의 발음을 뭉개면 와디가 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래퍼로 활동했었는데, 랩 네임도 와디였고요. 유튜브에서도 자연스럽게 와디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퍼C | 회사원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회사명을 직접 밝히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타 회사와의 파트너십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고요, 방문하는 국가도 다양합니다.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벌써 10년째 재직 중이네요.
▲ '와디의 신발장'에서는 리뷰, 관리법 등 정보 공유 등 신발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수퍼C | 운영하고 계신 채널 '와디의 신발장'은 어떤 곳인가요?
와디의 신발장은 구독자분들께 신발을 소개해 드리는 채널입니다. 깊은 수준의 리뷰보다는 되도록 많은 신발을 소개해 드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어떤 신발을 검색하더라도 제 영상이 나오도록 말이죠. 지금도 신발 전문 유튜브 채널 중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콘텐츠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000개 이상의 영상을 올렸으니까요. 저는 최고의 컬렉터, 신발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평범한 일반인보다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구독자분들과 함께 알아가고 공부하는 식의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수퍼C | 와디님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도 취미로 영상을 찍었는데 외장하드가 고장 나서 안에 들어있던 데이터가 전부 날아가는 일이 있었어요. 너무 속상해서 그다음부터는 제가 찍은 영상들을 유튜브에 백업하기로 마음먹었죠. 유튜브에 올리는 건 아이들 성장 동영상이 주였지만 신발 동영상도 있었어요. 말없이 신발을 빙빙 돌리는 걸 찍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몇 달 후 들어가 보니 그 신발 동영상 조회 수만 엄청 높더라고요. 그래서 신발 전문 유튜브를 열기로 마음먹고, 당시 굉장히 많았던 국내 IT 유튜버들의 형식을 빌려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를 개설하고 2년 정도는 실험 단계였어요. 사실 방치에 가까웠죠. 2017년부터는 와디의 신발장이라는 이름으로 채널명을 바꾸고 제대로 운영을 시작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뜨문뜨문 영상을 올렸는데 2018년과 2019년에는 하루에 1개의 영상을 올리는 등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수퍼C | 최근에는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나요?
신발 발매 소식이 들리면 이 신발은 사야겠다, 말아야겠다를 판단하고 마음에 드는 모델이 있으면 구매합니다. 그리고 배송이 오면 카메라를 켜고 택배를 오픈합니다. 그 이후로부터는 100% 머릿속에 있는 말을 즉흥적으로 풀어냅니다. 각 모델에 대한 특징이나 히스토리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해 주고 개인적인 감상을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촬영을 마치면 편집을 마치고 업로드하죠. 어떻게 보면 단조로울 수 있지만 신발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구독자분들이 지루해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앞으로는 여기에 재미 요소를 더 넣어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 와디의 신발장 초기 콘텐츠 '업템포 크리스마스 리뷰'
수퍼C | 신발이라는 소재 안에서도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데, 살짝 소개해 주신다면
일단 신발 리뷰와 관리법은 기본이고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해외 출장이 많은 편이라 외국의 신발 가게 탐방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하기 전에도 해외여행을 가면 운동화 가게는 꼭 들려서 구경하곤 했는데, 그걸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많은 독자분들이 기다리시는 콘텐츠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기회가 닿아서 신발을 디자인한 분들과의 인터뷰 기회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운동화에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담아보고 싶어요.
수퍼C | 와디님의 콘텐츠는 촬영, 편집을 혼자 진행하시나요?
네. 사실 제 채널의 콘텐츠는 굉장히 단순하게 만들어집니다. 대본 없이 15분 만에 촬영을 마치고, 30분간의 편집을 거쳐 올라가죠. 1시간 안에 모든 작업이 끝난다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1일 1영상 업로드를 충분히 할 수 있었죠.
수퍼C | 그래도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 영상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으실 텐데
매일 영상을 올릴 수 있는 건 구독자분들과의 약속이 시작이었어요. 영상이 하루에 1개씩 올라오는 걸 기대하고 있는 수많은 구독자분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웬만하면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약간의 시간만 할애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게임, 낚시 같은 다른 관심사가 없고 유튜브가 유일한 취미거든요. 또 항상 신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새로운 콘셉트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운동화는 계속 나오니까 주제 선정 고민도 덜 하는 편이죠. 그런데 요즘은 딜레마가 하나 있어요. 제가 모시는 12만8000명의 구독자분들께서 점차 기대하는 수준이 높아지는데 저만 답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걱정이 좀 많습니다.
▲ 일반 운동화부터 고무신(?)까지. 운동화가 주는 소재는 끊이질 않는다
수퍼C | 가장 핵심적인 질문일 것 같습니다. 왜 신발인가요?
신발에는 여러 세대, 인종, 나라 등 다양한 문화와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NBA로부터 신발 사랑이 시작됐습니다. 저와 같은 시기를 살았던 친구들이라면 대부분이 운동화는 곧 농구라고 생각할 거예요. 제 학창 시절에는 전 세계적으로 NBA 열풍이 불었고, 마이클 조던의 카리스마와 그의 농구화에 매료된 많은 청소년들이 있었죠. 그리고 그 친구들이 자라나서 경제력이 생기고, 단순히 어른들의 정장이나 소위 '아저씨 패션'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들만의 헤리티지를 다시 재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케이스로 신발을 계속 좋아하고 구매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농구 열풍이 예전보다는 사그라들었지만, 스트리트 패션이 운동화 사랑에 불을 지피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스트리트 패션리더가 운동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대중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줬으니까요.
수퍼C | 채널에서 '나이키'라는 브랜드 지분이 높은 것 같은데, 남다른 애정이 있으신지?
신발 마니아 중에는 '나이키 보이'가 많습니다. 나이키만 신는 친구들이죠. 저는 그렇지는 않아서 여러 브랜드를 소개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대한민국 신발계에서는 나이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지라 제 채널에서도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단순히 운동화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어떤 명품보다 브랜딩,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에게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면서 마니아와 일반 고객들 사이 줄타기도 잘 하고요. 여러 브랜드가 나이키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 크리에이터 와디의 꿈은 국산 신발이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수퍼C | 2020년 4월 기준으로 몇 족의 신발을 보유하고 계시고, 또 수집용 외에 실제로 신고 다니는 신발은 몇 켤레나 되시는지
저는 이 질문이 가장 부끄럽습니다. 많지도 않고 최고의 컬렉션도 아니거든요. 얼마 전에 기회가 있어 세어보니 200족 정도를 가지고 있고, 100족 정도를 착용하고 있어요. 많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수많은 마니아 친구들이 이 글을 보면 겨우 그 정도 밖에 안되냐고 놀랄 거예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퍼C | 어쩌면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질문. 현존하는 운동화 중 1위를 정한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은 '조던1 시카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발간한 책 <스니커100>을 보시면 나와있어요. 오리지널이자 이 모든 전쟁을 시작한 제품이죠. '나이키 인디포스' 같은 신발도 새 제품으로 만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 와디의 취향과 애정이 담겨있는 와디의 신발장
수퍼C | 신발 전문가로서 쌓아오신 노하우가 있다면?
이것만큼은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민은 배송을 늦춘다, 생각하면 품절이다. 느낌이 가는 대로 달려가세요.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요.
수퍼C | 수집 취미라는 것이 가족의 동의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잖아요. 사모님께서 싫어하시진 않나요?
예전에 아파트 1층에서 살았었거든요. 비가 많이 오던 날 빗물이 내려가는 우수관이 잘못돼서 집에 물이 샌 적이 있었어요. 대야를 가져다가 빗물을 퍼내던 중, 제가 갑자기 사라져서 아내가 찾으러 왔는데... 침대 밑에 몰래 숨겨둔 신발 박스 수십 개를 꺼내다가 딱 걸린 적이 있어요. 아내가 그걸 보고 정말 많이 화가 났었죠. 지금은 어느 정도 포기? 타협? 했는지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수퍼C | 와디님의 영향으로 아드님들도 '신발 조기 교육'을 받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6살 아들이 조던1과 11을 구분하고, 이지도 알 정도면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길 가다가 이지를 신은 사람이 있으면 "아빠 저 사람 이지 신었어"라고 말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죠. 뛰어놀 때는 브랜드와 상관없이 발 편한 신발을 찾죠. 그런데 한껏 꾸미고 외출하는 날에는 조던이나 이지 같은 브랜드 운동화를 신더라고요.
수퍼C | 신발 콘텐츠를 만들려면 브랜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협찬이나 광고도 많이 들어오실 것 같아요
네. 매일 퇴근하면 집 앞에 택배가 적어도 하나씩 있습니다. 신발은 물론이고 옷, 모자, 양말 심지어 닭봉까지 협찬이 들어와요. 협찬사 덕분에 행복한 택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 2019년에는 휠라와 컬래버를 진행해 '와디휠라'라는 제품도 발매됐다 [출처= 와디, 휠라]
수퍼C | 와디님이 평소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나요?
일단 신발 전문 국내 유튜버는 '스택하우스', '하빠TV', 'GQ', '레짓', '태커' 등이 있고 해외에서는 'Qrew TV', 'A sneaker life', 'Jacques Slade', 'RR Foamer simpson', 'Seth Fowler' 등을 자주 시청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과장', '런업', '꽈뚜룹', '보겸', '알간지' 등을 즐겨 보고요. 제가 원래 TV를 즐겨 보는 성격은 아니라서 다른 채널은 주로 공부의 목적으로 시청하고 있습니다.
수퍼C | 크리에이터, 유튜버를 꿈꾸는 수퍼C 구독자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일단 무조건 시작해보세요. 해봐야 뭐가 좋은지, 나쁜지, 힘든지, 쉬운지 알게 됩니다. 시작도 안 해보고 내가 유튜브를 하면 어떨까?라는 말을 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어요. 파이팅입니다.
수퍼C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
궁금한 운동화가 있다면 언제든 와디의 신발장을 찾아오세요. 저는 계속 이곳에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