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러지밴드 아티스트 유튜버 오렌지노 [사진= 오렌지노 제공]
수퍼C | [오렌지노], 닉네임은 어떤 뜻인가요?
오렌지노는 제가 20년 정도 써온 닉네임인데요. 오렌지색을 많이 좋아해서 저의 아이덴티티 컬러로 생각을 했어요. 또 제 이름이 진호인데 외국 사람들이 진호라는 바람을 좀 어려워해요. 그래서 오렌지와 진호를 합성해서 오렌지노가 된 거죠.
수퍼C |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일단은 저를 수식하는 말로는 미디어 크리에이터라고 소개를 하고 있어요. 주로 음악, 영상, 글 이렇게 세 개를 하고 있는데 음악은 뒤에도 말씀드리겠지만 커버송이라던가 노래라던가 이런 부분이고. 영상은 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지만 촬영, 편집을 다 할 줄 알아서 외주 제작을 할 때도 있고요. 글은 지금 책을 쓴 지 10년 정도 된 것 같고요. 여태까지 5권 정도를 냈습니다.
수퍼C | 창작 분야의 모든 장르를 다 하고 계신 거네요?
디자인은 잘 하고 싶은 분야인데. 그 감각은 조금 더 키우고 싶어요.
수퍼C | 오렌지노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어요. 창작 활동도 많이 좋아했고요. 그런데 전공은 철학이었어요. 그것도 제가 좋아서 선택을 한 거고, 지금 활동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해요.
첫 직장은 다음(현 카카오)이었는데 인사팀에서 채용담당자로 입사를 했어요. 원래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교 4학년 때 현실적인 고민을 하면서 취업으로 전향을 하게 된 거죠.
그래도 첫 직장이 IT 기업이어서 관련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유튜브, 블로그에 음악 활동을 올리다 보니까 연락이 여기저기에서 오면서 책도 쓰고 공연도 나가고 방송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점점 회사 일과 병행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수퍼C | 회사를 다니면서 음악 작업을 하기 시작하신 거예요?
네 책도 그때 처음 썼었고요. 2011년에 낸 책이 쓰는 데 1년이 걸렸거든요. 회사가 바빠서 매일 야근하다 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으면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까 공연이나 방송 같은 창작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4년 후에 뜻이 맞는 사람이 있어서 창업을 하게 됐어요.
마케팅 대행사를 운영했는데 사실 개인 스케줄을 위해 창업을 한 거죠. 사실 사업가 마인드로는 좋은 게 아니긴 한데, 그런 식으로 3년 정도 회사를 운영했었고 그 뒤로는 마케팅 담당자로도 일했다가 지금은 소속된 곳이 없는 개인 크리에이터로 다시 돌아왔어요.
수퍼C | 왜 음악 전공을 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관심 분야가 많기도 하지만 자주 바뀌다 보니까 하나에 집중을 하지 못했어요. 음악이라는 게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준비를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음악을 제1의 취미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퍼C | 따로 음악을 배우신 적은 없나요?
일단은 고등학교 때까지 독학만 했었고요. 그 당시에는 PC 통신이었는데 그런 걸로 독학을 하면서 컴퓨터 음악을 배웠어요. 대학 다닐 때도 자작곡을 만들어서 공연하는 미디 음악 동아리였는데 그런 활동을 하다가 유재하 가요제를 준비한 적이 있어요. 유재하 가요제는 노래, 작사, 작곡, 편곡 모든 연주까지 직접 다 해야 해요. 그래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 당시에 배웠던 게 제대로 공부한 전부였던 거 같아요. 그 외에는 다 독학을 했었고요.
수퍼C | 직장을 나와서 전업 크리에이터가 되신지는 얼마나 된 건가요?
크리에이터 활동은 10년 정도 됐지만, 전업이 된 건 얼마 안 됐어요. 제가 작년 10월까지는 소속된 곳이 있었거든요.
수퍼C | 명확한 콘셉트로 자신을 브랜딩하고 계신데, 비결이나 원동력이 있을까요?
일단 스스로 재미가 있어야 계속할 수가 있잖아요. 크리에이터로서 반응이 잘 안 오면 지키기 마련인데 제가 그 부분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 유튜브 하시는 분들이 구독자 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데, 저는 그런 것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든요. 어차피 올리지 않아도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이니까라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해서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퍼C | 유튜브를 2009년부터 시작하셨던데. 굉장히 빠른 시기인 것 같아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기억이 잘 안 나요. 개설은 2009년인데 찾아보니까 2011년에 영상을 처음으로 올렸더라고요. 2011년도에는 거의 제 블로그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서 활용했고, 채널을 관리한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좀 아쉽네요. 당시에는 유튜브가 활성화가 안됐었거든요.
수퍼C | 유튜브를 관리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유튜브가 손이 많이 가잖아요. 꾸준히 한다는 게 어려운 거고.. 작년 초까지는 블로그가 메인 채널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를 메인 채널로 성장시켜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된 지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수퍼C | 유튜브 채널에서는 어떤 영상 콘텐츠를 다루고 있나요?
제가 워낙 관심사가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하는데 (웃음) 일단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 콘텐츠를 많이 올렸고. 메인으로는 음악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요. 아이패드로 음악을 하는 것이라던가, 만드는 과정이라던가.
요새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인트로송 만들어송'이라고 해서 크리에이터들과 사전 협의를 맺고 그 사람의 분야에 맞게 인트로송을 만들어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활용하시면 저도 많은 도움이 되죠. 최근에 수퍼C와 인터뷰한 조블리님의 곡도 만들어드렸어요.
수퍼C | 스마트 기기로 연주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는데, 머릿속에 좋은 영감이 떠올라도 금방 잊어버리는 게 아쉬웠어요. 어떤 악상이 떠올랐는데 머릿속에서 아무리 흥얼거려도 밖에 이따 보면 집에 가기 전에 까먹더라고요. 아이패드, 아이폰으로는 밖에서도 바로 연주해서 남길 수 있으니까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수퍼C | 자주 사용하시는 어플이 있나요?
'개러지밴드'가 나온 이후로는 거의 그것만 쓰고 있어요. 드럼, 기타, 현악기 등 모든 악기를 편하게 다룰 수 있거든요. 악기 앱에서 가장 중요한 게 '레이턴시'인데. 눌렀을 때 바로 반응이 와야 해요. 누르자마자 소리가 나야 하는데 개러지밴드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수퍼C | '오렌지노의 영상편집을 위한 유튜브 배경음악'은 어떤 책인가요?
서론에서는 저작권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어요. 크리에이터 분들이 어떤 영상을 만들었을 때 음악 저작권에 대한 자각이 높지가 않아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 인식으로 시작을 하는 거죠.
이후에는 개러지밴드라는 앱을 소개하고, 음악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무료 소스로 믹싱을 하면서 쉽게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강의합니다. 그리고 악기에 대한 설명이라던가 기본적인 화성학, 박자, 음정, 음계, 코드, 간단한 작곡법도 담았고요. 이 책을 보시면 누구나 쉽게 유튜브 배경음악을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수퍼C | 오렌지노님이 생각하는 콘텐츠로 성공하는 전략이 있다면?
최근에 대학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일 강조했던 것이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그 분야에 대해 전문성, 두 번째는 잘 알고 있는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전달력, 세 번째는 좋은 콘텐츠로 가공하는 기술이었어요. 영상이면 영상편집 능력부터 시작해서 기획력이라던가...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췄을 때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성공할 능력이 높아진다는 말씀을 드렸고요. 물론 세 가지 정도 중에 하나 정도 없어도 잘 된 케이스들은 있어요. 근데 조금 돌아갈 수도 있고. 그런 사례가 많지는 않죠.
수퍼C |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중이신데, 그중에서 가장 재밌게 작업한 것이 있다면?
제가 작년에 '여행의 맛, 오렌지노마드'라는 콘셉트로 앨범을 냈어요.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까 여행과 음악을 융합한 콘텐츠를 만든 건데요. 여행지의 느낌을 담아 작곡을 하고 싶어서 현지에서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영감을 받을 때마다 개러지밴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그쪽으로 음원을 출시할 거고요. 애플 뮤직이나 멜론, 음원사이트에서 들어보실 수 있어요. 얼마 전에 첫 저작권료를 받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웃음)
수퍼C |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면요?
제가 좋아하는 채널이 두 개 있는데 둘 다 음악 채널이에요. 하나는 'NPR 뮤직'이라고 미국의 라디오 방송인데요. 굉장히 복잡한 사무실에서 촬영을 해요. 책상, 책꽂이 같은 소품이 어지럽혀져 있는데 거기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거죠. 나오는 뮤지션들이 굉장히 정상급이라 귀도 즐겁고 시각적으로도 재밌어요.
'컬러스'라는 음악 채널도 자주 보는데요. 하나의 색으로만 되어 있는 방에 마이크가 있고, 노래를 하는 방송이에요. 이것도 시각적으로 너무 예쁘고 재밌어요.
수퍼C |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구독자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한 번에 성공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거거든요. 유튜브 시청자에 비해 크리에이터 숫자가 많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이기도 하고요. 너무 기대하기보다는 기회를 기다리면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유튜브 관련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너무 많아요. 알고리즘이라던가, 몇 백 명이 되면 유튜브에서 많이 노출시켜준다던가 그런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귀에 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유튜브와 알고리즘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속 변하고요. 알고리즘을 믿는 다기보단 좋은 영상을 꾸준히 인내력 있게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