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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유튜버 세탁설 '유튜브를 하고 나서 인생이 달라졌어요'

  • 황인솔 기자
  • 2020-08-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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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 전문 유튜버 '세탁설' [출처= 세탁설 유튜브]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평범하고 지친 일상이었습니다. 평소 때처럼 유튜브를 켜놓고 다림질을 하고 있는데, 불현듯 내가 왜 유튜브를 해볼 생각은 안 해봤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탁소보다 더 세탁소 같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세탁설님. 유튜브 부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할 분야는 없다고 말합니다.

 

SUPER MIC
VOL. 03
세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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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소 주인이자 유튜버 세탁설은 자신의 노하우 등을 콘텐츠로 만들어 아낌없이 공유한다

수퍼C | 유튜브 채널 세탁설, 어떤 채널인가요?

현재 세탁소를 운영하는 세탁전문가의 관점으로 세탁, 의류관리에 대한 노하우와 세제, 의류관리, 생활가전, 생활용품 등을 소개하는 채널입니다. 세탁이라는 행위 자체가 노동으로 여겨지고 또, 어려워하시잖아요? 더군다나 요리를 할 때처럼 레시피 같은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저 구전으로 전해진 방법들을 막연하게 따라 하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방법으로 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안되는 부분이 훨씬 많은 분야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부분들을 도와주고자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세탁을 해야 하는지 원리를 가르쳐 드리며, 저의 경험 또한 공유하고 있습니다.

수퍼C | 본업을 활용한 채널이라 콘셉트가 명확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세탁소를 운영한지 10년 정도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한정된 영업장에서의 반복되는 작업이 답답하고 힘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마치 나 자신이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는 느낌...?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그러다 보니 세탁소를 그만두고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유튜브를 틀어놓고 다림질을 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왜 유튜브를 해 볼 생각은 안 하고 있었지?' 그리고 만든 것이 '와이셔츠 다림질 공식'이었습니다.

수퍼C | 부업 유튜브 시작, 어떤 준비가 필요했나요?

사실 저는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영화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마켓에서 영화 관련 일을 몇 년 했습니다. 결혼과 함께 조기 은퇴를 했지만요. 그래서 영상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는 잘 알고 있었어요. 전통적인 영화문법이 유튜브 영상문법에 비해 다소 구식이라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요.

결혼하고 12년 동안 그쪽 분야와 완전히 인연을 끊은 저는 카메라도 없었고, 컴퓨터도 10년을 사용한 구식이었어요. 아무것도 없었죠. 더군다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자영업자 신세에 갑자기 아내에게 “나 유튜브 시작하게 장비들을 사야겠어.”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핸드폰으로 찍고 10년 된 컴퓨터로 편집을 했어요. 렌더링 시간이 1시간이 넘어 걸리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시작을 했고 아무도 관심 같지 않을 줄 알았던 제 영상을 사람들이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장비와 살림들이 하나하나 늘어가고 있습니다.

▲ 첫 영상인 '따라하기 쉬운 와이셔츠 다림질 공식'

수퍼C | 처음 올리셨던 영상 [와이셔츠 다림질 공식]의 길이가 7분 25초인데요, 최다 조회 수(117만 회)를 기록한 3개월 전의 영상 [수건 빨래의 악취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7분 30초로 비슷한 길이입니다.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두 영상의 제작 과정과 소요된 시간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10분의 영상을 만들자'라는 목표로 영상을 찍었는데, 막상 편집을 해보니 10분을 채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말을 잘 못한다는 것도 영상을 찍어보고 알았어요. 쓸데없는 말을 반복하고 이상한 말 습관도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드러내다 보니 10분을 예상한 영상이 7분 남짓이 됐고, 마침 그 정도 시간이 딱 적당한 것 같았습니다. 요즘엔 말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조금 더 줄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알찬 정보를 담은 10분 남짓한, 지루하지 않은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첫 영상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제작 기간은 총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나름 영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좋은 영상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카메라도 두 대로 찍고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건 빨래 영상은 오히려 힘을 많이 뺀 영상이에요. 굉장히 수월하게 찍었어요. 그런데 조회 수가 터지더라고요. 유튜브가 하다 보니 이런 점들이 보여요. 힘을 많이 준다고 다 잘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이렇게 깨닫고 알아가면서도, 사람이 막상 내 바둑판에 앉으면 내 판이 잘 안 보여요. 자꾸 카메라도 많아지고 편집에도 잔기술이 많이 들어가고... 영혼을 갈아 만들었는데, 기대한 만큼 결과가 안 나오면 참 힘이 들더라고요.

▲ 세탁설의 콘텐츠는 주부부터 자취생까지 폭넓은 계층이 선호한다

수퍼C | 소재를 찾는 일, 기획과 구성 과정에서 노하우나 꿀팁이 있다면?

그동안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은 이런 걸 궁금해할까?라는 질문을 속으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배운 방법적인 것들인데 '낯설게 보기' 같은 거죠. 세탁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궁금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을 일반 사람들에게 가르쳐드리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저의 직업을 그런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그리고 의류 및 세탁 콘텐츠는 계절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여름에 겨울옷을 만드는 것처럼 어떤 타이밍에 어떤 콘텐츠가 나와야 하는지 미리미리 계산하고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놓죠. 그러다 보니 필요한 타이밍에 적절한 세탁물이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이 조금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아이디어의 정리가 좀 필요한 것 같아서 최근 의류 관련 이슈들을 챙겨 보려 노력하고 스크랩을 하고 있어요.

수퍼C | '본업 세탁소'와 '부업 세탁설', 일정은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사실 요즘 들어 본업과 유튜브 부업을 병행을 하는 것이 버거워지고 있습니다. 외부에 촬영을 가게 되거나 미팅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기지만 세탁소 고객님들께 이런 사정을 일일이 말씀드리는 건 어렵잖아요. 그분들 입장에선 옷을 세탁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보니, 선택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세탁물을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본업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죠. 현재는 주 4일 근무로 예약과 택배를 이용해 세탁물을 접수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매장으로 직접 찾아오시는 단골손님을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퍼C | 세탁설님을 곤란하게 했던 구독자가 있을까요?

제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특히 화학 등의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전공자의 입장에서는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저는 항상 공부를 하며 배워나가는 입장이죠. 그런 분들께 지적을 받으면 많이 부끄러워요. 그래서 더욱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더블 체킹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1인 미디어의 창작자로서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수퍼C | 새로운 콘셉트의 영상을 기대해도 될까요?

세탁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보면 전 세계인들의 공통된 고민이지 않을까요? 채널이 더욱 확장된다면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키우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1인 가구, 반려동물, 고령화 사회 등 사회적인 변화에 맞춘 트렌디한 세탁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욕심을 더 부린다면 윤리적 소비, 사회적 가치를 담은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하하)

수퍼C |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 1인 방송을 꿈꾸는 수퍼씨 구독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유튜브를 하기 전과 시작한 후의 인생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도전입니다. 때로는 힘이 들고 멘탈도 무너질 때가 있죠. 하지만 그 과정을 극복해나가면서 또 한 번 성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자체로서 매력 있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해요. 키가 작든, 뚱뚱하든, 어떠하든 간에 여러분의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낼 준비가 되어있다면,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만나보세요.

황인솔 기자 puertea@superbea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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